삶을가꾸는글쓰기/생활일기

아름다움에 대하여

늙은어린왕자 2007. 3. 3. 16:47
 
'아름다움'에 대하여 몇 가지 써본다.

며칠 전 21일날 86학번 이경현 선배님 명예졸업식이 있어서 교대에 갔다. 교대는 이상난동 탓인지 모르겠으나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하였다. 마음이 따끈따끈해지는게 웬지 모를 아름다움이 밀려들 것 같은 분위기!

[아름다움 1]
학교에서 송별식이 있었던 관계로 좀 늦게 갔더니 졸업식은 이미 끝났고, 뒤풀이도 교수식당에서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석현이와 호재가 선배님의 졸업 축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석현이의 굵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석현아, 너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구나.

[아름다움 2]
학생회관 1층에는 경현 선배님이 왼손으로 그린 수채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림들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아름다웠다. 실력으로 따지면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라고 할까, 왠만한 수채화전을 뛰어넘는 수준! 합병증 때문에 선배님의 오른손이 마비되어간다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였지만 불편을 극복하려는 선배님의 정성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아름다움 3]
교문에서부터 학생회관에 이르기까지 '경현 선배님의 명예졸업을 축하드립니다!'고 하는 펼침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4.12 사건도 어느새 20년이 다 되어가건만 그걸 기억하고 기념해주는 후배들이 고마웠다. 그런데 펼침막 곳곳에 등장하는 이름이 있었으니...바로 '맥'. 동아리 후배들이 몇 명 되지 않아서 활동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맥 후배들이 써붙인 펼침막이 아름답게, 당당하게 붙어있었다. 관수를 비롯한 후배들 너무 아름다웠어. 선배인 우리가 있어서 너희들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해야 되는데 후배인 너희들 때문에 우리 선배들이 존재하는 거 같네.

[아름다움 4]
명예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 선후배들이 있었는데 교수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나의 눈을 사로잡는 여인이 있었으니...바로 나를 맥의 일원이게 만든 신@@ 선배. 밀양 촌구석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설픈 대학생이 되었을 때 사회에 눈을 뜨게 하고 사랑에 눈을 뜨게 해준 그 선배, 아니 그 여인이 와 있었다. 내 눈에 안경인지는 모르겠으나 선배 나이 40이 되었건만 내 눈에 비친 그 여인은 20대 초반의 그 때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집에 와서 대학 시절 일기장을 펼쳐보니 한 장 한 장마다 묻어나는 선배에 대한 애뜻한 감정들...무려 3년 동안 풋내기 촌놈 마음을 사로잡았던 선배를 만난 기쁨과 16년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함께 느낀 그 날. 다시 옛날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다시 만난 그 순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들 모두가 경현 선배님 덕분임을 밝혀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