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4월 2일 - 정훈이 새 실내화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4:47

4월 2일

정훈이 새 실내화


  삼월 한 달 내내 정훈이에게 했던 잔소리가 있다.

  “실내화 좀 신고 다녀라.”

  그 때마다 가져온다고 대답은 하지만 다음 날 보면 또 마찬가지였다.

  “할머니한테 사 달라고 했나 안 했나?”

  “했단 말이에요.”

  이렇게 헛바퀴 돌리는 말만 한 달 동안 주고받았다. 말했는데도 할머니가 안 사준 건지, 집에 있는데도 잊고 안 가져온 건지 알 수 없었다.

  올 봄은 유달리 춥다. 실내화를 신어도 발이 시리다. 교실은 나무 바닥이어서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하지만 급식소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다. 화장실은 타일 바닥인데다 물기도 있어서 차갑고 불편하다. 그런데도 정훈이는 실내화 없이 한 달을 지냈다.

  할 수 없이 어제 저녁에 동네 문방구에 가서 실내화를 한 켤레 샀다. 정훈이 할머니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더는 정훈이 말만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아침에 학교 오자마자 신겨보았다. 다행히 꼭 맞았다.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도록 신발 코에 ‘3-2 강정훈’이라고 이름도 크게 써 넣었다.

  실내화를 받고 정훈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좀 더 일찍 사줄 걸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잃어버리지 않고 잘 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