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4월 5일 - 자리 양보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4:49

 4월 5일

자리 양보


  아침에 수인이가 알림장을 보여주었다. 알림장에는 수인이 어머니 메모가 들어있었다.

  ‘선생님, 요즘 수인이가 뒷자리로 가서 텔레비전과 칠판이 잘 안 보인다고 합니다. 자리 이동 가능할까요?’

  쪽지를 읽고 고민에 빠졌다. 추첨으로 자리를 정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다시 바꿀 수 없기 때문이었다. 수인이 어머니 의견도 생각해야 했다. 고민 끝에 아이들한테 부탁해보았다.

  “수인이가 눈이 안 좋아져서 뒤에 앉으니까 텔레비전이랑 칠판이 잘 안 보인답니다. 누가 바꿔줄 수 있나요?”

  하지만 모두들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수인아, 이번 달에는 뒤에 앉지만 다음 달에는 앞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야. 엄마한테도 그렇게 전해드려라.”

  수인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일이 마무리 되었나 싶었는데 맨 앞에 앉은 동협이가 손을 들었다.

  “저는 뒤에 앉아도 잘 보여요.”

  자리를 바꾸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반가웠다.

  동협이는 며칠 전에 정훈이가 연필이 없어서 쩔쩔 맬 때 다른 사람 보다 먼저 빌려 주더니 이번에는 자리도 양보한 것이다. 그런 동협이에게 또 고마움을 느꼈다.

  동협이 덕분에 생각 보다 쉽게 수인이 고민을 해결했다. 그리고 동협이 따라 함께 뒷자리로 옮긴 짝지 성진이도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