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 바쁜 월요일 아침
4월 12일
바쁜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은 다른 날 보다 바쁘고 어수선하다.
"반갑습니다."
허겁지겁 교실에 들어서며 인사를 건네자마자 아이들이 내 책상 주위로 몰려든다.
"선생님, 준비물 안 들고 왔어요."
정훈이가 연극 시간에 쓸 도화지와 색연필을 안 가져 왔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응, 알았다. 교실에 있는 거 줄께."
이렇게 대답하니 언제 질문했냐는 듯 가 버린다.
"저도 도화지 안 들고 왔어요."
"저도요."
"그래, 알겠다. 교실에 있으니까 걱정 마."
수지와 미경이도 주말과 휴일에 바쁜 일이 있었나 보다.
"제 일기장 보세요."
가연이가 일기장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일기를 많이 썼는지 말투에 자신감이 묻어있다. 대략 넘겨봐도 알차게 잘 썼다.
"남의 일기를 보시면 안돼요."
"알았다.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썼는지 보는 거야."
보라고 줘 놓고 보지 말라고 하는 건 무슨 심보일까? 가연이가 일기장을 놓고 들어간다.
교실을 둘러보니 창가 쪽에는 남자 아이들 여럿이 모여 팽이를 돌리고 있다. 복도 쪽에 앉은 여학생들은 종이 접기에 빠져 있다. 혜민이는 눈두덩이 부은 채 멍하니 앉아있다. 지난밤에 잠을 많이 잔 모양이다.
곧이어 방송으로 아침조회를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조회가 시작되자마자 교감선생님이 보내신 문자가 컴퓨터 화면에 뜬다.
'선생님 오늘은 애국가 지휘 좀 부탁드립니다.'
교실마다 노래 소리가 다르게 나온다고 걱정하시더니 오늘은 기어코 바로잡으실 모양이다.
지휘봉이 없어서 붉은 색연필을 잡고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강마에 흉내를 내며 애국가 지휘를 하자 아이들이 키득거린다. 지휘 덕분에 노래 소리도 크고 박자도 잘 맞다.
"선생님이 발을 쾅 굴려서 놀랬잖아요."
온 몸으로 지휘를 하다 보니 그만 발까지 썼던 모양이다. 제일 앞자리에 있는 미경이가 씩씩거린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웃는다.
이어서 과학경진대회에서 상을 받는 아이들이 화면에 나온다. 우리 반은 대표로 상 받으러 가지는 않았지만 미경이, 수인이, 민서, 수민이도 상을 받는다.
질서를 잘 지키고 실내생활을 정숙하게 하자는 교장선생님 당부말씀에 이어서 어린이회 전달사항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교가 반주가 나오자 아이들이
"선생님 또 지휘 해주세요."
한다. 애국가 지휘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그래서 다시 지휘를 한다.
조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수업 시작이다. 월요일 아침은 다른 날보다 바쁘고 정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