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 골고루 시리즈
5월 6일 목요일
골고루 시리즈
읽기 시간에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이라는 독서감상문을 읽고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알아보는 공부를 했다.
이 글에는 책을 읽게 된 동기, 책에 나오는 내용, 인상적인 장면, 읽은 뒤의 생각이나 느낌이 들어 있다. 이 네 가지 모두가 독서감상문에 흔히 들어가는 내용들이다. 책 가장자리에 있는 여자 아이, 남자 아이 만화캐릭터가 이 네 가지를 알기 쉽게 구분해놓아서 모두 잘 찾아 적었다.
다음으로 이 네 가지 가운데 누가 써도 똑같은 내용이 되는 것을 찾아보았다. 정답은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개 이걸 줄거리라고 한다. 줄거리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쉽게 찾아 쓸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 문제도 모두 쉽게 풀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설명을 하고 싶었다.
“독후감은 책을 읽고 난 뒤 책 내용에 관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중심으로 쓰는 글이라서 줄거리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내용을 너무 길게 쓰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전혀 안 넣어도 안 됩니다.”
설명이 어려웠는지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무엇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먹는 반찬을 떠올렸다.
“급식 때 한두 가지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죠?”
“편식요.”
“그렇습니다. 밥 먹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지요?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처럼 독후감을 쓸 때도 이 네 가지를 골고루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때 맨 앞자리에 있던 민석이가 말했다.
“선생님, 그럼 게임도 골고루 하는 게 좋겠네요?”
이제야 반응이 제대로 나오는구나 싶어 얼른 대답했다.
“그럼, 게임도 골고루 하는게 조…. 뭐? 뭐? 뭐?”
아차 싶어서 눈을 휘둥그레 떠 보았지만 내 입은 이미 말더듬이가 되어버린 뒤였다. 잠잠하던 교실이 갑자기 웃음바다로 변했다.
“으흐흐.”
“키득키득”
구완이와 수민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뭐가 그리 우스웠을까?
“그럼 TV 프로그램도 골고루 봐야겠네요?”
“만화책도 골고루 봐야하고요.”
여기저기서 골고루 시리즈가 튀어나왔다. 반응을 보이는 건 좋지만 터져 나오는 장난 끼를 말릴 수가 없었다.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거의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마치 전화를 시작할 때 ‘여보세요? 저 ○○입니다’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과 같죠. 전화 끊을 때 ‘저 ○○입니다’하고 인사하는 사람 있습니까? 줄거리와 인상 깊은 장면은 여러 번 반복해서 써도 됩니다.”
자세를 바로잡고 설명을 더 해봤지만 이미 분위기는 쉬는 시간으로 가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