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5월 7일 - 똑같은 할머니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21

5월 7일 금요일

똑같은 할머니


  급식시간에 옆에 앉은 시현이에게 물었다.

  "시현아, 퀴즈 하나 낼께."

  "뭔데요?"

  시현이가 밥 먹다가 갑자기 무슨 퀴즈냐는 듯 나를 보았다.

  "앞에 앉은 윤재와 용은이한테 이상한 점이 있어."

  자기 이름이 나오자 윤재와 용은이도 눈이 동그래졌다.

  "윤재 할머니와 용은이 할머니가 똑같이 생겼어."

  "네?"

  "글쎄 생긴 것도 똑같고, 밥 먹는 시간도 똑같고, 방귀 뀌는 시간도 똑같아."

  "설마요?"

  시현이는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윤재와 용은이는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며 키득거렸다.

   "진짜야. 잠 자는 시간도 똑같고, 하품 하는 시간도 똑같대. 하여튼 모든 게 똑같대. 어찌된 일일까? 맞춰봐."

  "헐~"

  시현이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용은이와 윤재가 재미있다고 웃었다.

  "그럼 힌트를 줄까?"

  "네."

  "음. 사촌."

  "사촌이라고요? 뭐지?"

  아주 중요한 도움말을 주었는데도 시현이는 도무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아마 촌수를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먼저 밥을 먹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여학생들은 윤재와 용은이가 살짝 이야기하자 대부분 알겠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남학생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구완이한테도 물었다.

  "구완아, 윤재 할머니와 용은이 할머니가 생긴 것도 똑같고, 응가 하는 시간도 똑같고, 옷도 똑같은 걸 입는대. 그리고 속옷도 똑같은 걸 입고 신발도 똑같이 생긴 걸 신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구완이도 시현이처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학생들이 웃긴다며 발을 굴렀다. 미경이는 답을 말하고 싶어서 가슴을 쳤다. 

  "아, 선생님 제가 답 말하면 안돼요?"

  "안돼. 잠깐만 참아."

  구완이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지 여학생들 눈치만 이리저리 살폈다.

  "그럼 힌트를 줄께. 힌트는 사촌이야."

  "예? 사촌이라고요?"

  "그래."

  "그게 뭐지?"

  구완이가 모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윤재, 용은이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여학생들 모두 하하하 웃었다.

  정답은 윤재와 용은이가 사촌이어서 두 할머니는 같은 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윤재 아빠와 용은이 아빠는 형제라는 얘기다. 사촌 사이인 윤재와 용은이가 우연히 같은 반이 되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사촌이 같은 반이 되기가 참 힘든데 윤재와 용은이는 인연이 참 깊다. 삼학년이 끝날 때까지 둘이 서로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엉뚱한 퀴즈를 만나서 혼난 시현이와 구완이에게 미안한 마음 전한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보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173호(2010년 7월호)에 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