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 무슨 비밀일까?
5월 12일
무슨 비밀일까?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우리 반 여학생 예닐곱 명이 화장실에서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서 살금살금 다가갔더니 나를 보고는 모두 안으로 쏙 숨어버렸다. 도대체 쟤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 궁금했다.
"무슨 이야기 나눴는데? 좀 가르쳐 주라."
이렇게 사정해도
"몰라요. 선생님은 절대 알면 안돼요."
"저리 가세요."
하고 모두 모른 체 할 뿐이었다.
어제, 아래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은데 알아보려고 하면 저리 가라고 밀쳐버리거나 몰라도 된다는 말만 했다.
"선생님, 목요일 아침에는 아홉 시 반에 출근하세요."
"그리고 절대 교실로 먼저 오시면 안돼요."
기껏 한 마디 해준다는 게 이런 황당한 말 뿐이었다. 선생님들은 모두 여덟 시 사십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아홉시 반에 오라고 하질 않나, 출근하면 교실로 가야 하는데 교실에도 오지 말라고 하니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에는 한 술 더 떠서
"오늘 밤에는 늦잠을 자세요. 그리고 내일 열 시 넘어서 오세요."
하며 겁을 주었다. 언제는 아홉 시 반까지 오라더니 이젠 열 시 넘어서 오라고 하고, 늦잠까지 자라고 하니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열 시 넘어서 오면 교장선생님한테 혼날 텐데 그럴 수도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 집으로 간 뒤 가연이가 잠시 교실에 왔기에 살짝 물었다.
"가연아, 내일 무슨 일 있는데? 좀 가르쳐 줘."
가연이는 생글생글 웃기만 하더니
"몰라도 돼요. 묻지 마세요."
하고 핀잔만 받았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기에 모든 아이들이 무슨 비밀단체 조직원처럼 말을 하지 않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