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 애벌레와 번데기 그리고 나비
5월 26일
애벌레와 번데기 그리고 나비
오후에 배추흰나비 재배상자에 새 배춧잎을 넣어주었다. 오전에 아이들이 가져온 상추를 넣어주었지만 애벌레들이 근처도 가지 않아서 급식소에서 얻어온 배춧잎이다.
앙상한 케일 줄기에 매달린 애벌레들을 새 배춧잎으로 옮겨놓으니 다행히 꼬물꼬물 잘 먹었다. 녀석들이 잎을 먹으며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니 어제 일이 생각났다.
과학 시간에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번데기의 다른 점에 관해 공부했다. 겉모양, 움직임, 먹이, 크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 가운데에서 움직임만 살펴보면 애벌레는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번데기는 한 곳에 붙어 있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부분이 끌렸다.
“얘들아. 난 너희들이 쉬는 시간에는 애벌레가 되고 공부 시간에는 번데기가 되면 좋겠다.”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이들이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쉬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움직이니까 애벌레와 같잖니. 하지만 공부시간에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니까 번데기와 같은 거지. 그런데 너희들은 공부시간에도 애벌레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니까 하는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니 이해가 된다는 표정들이다.
“그럼 공부시간에 번데기처럼 꼼짝 않고 있어야 되겠네요?”
은서 말에 남학생 몇몇이 마네킹 흉내를 냈다.
“필기는 어떻게 해요? 꼼짝도 못하는데.”
찬기는 한술 더 떴다.
“그런 말이 아니고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거지. 공부시간에도 너희들은 이야기하고 돌아다니잖아.”
이럴 때 참 말문이 막힌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이들은 언제나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말꼬투리 하나에 집착한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답답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바로 아이들이란 생각도 든다.
“그럼 집에 갈 때는 나비가 되는 거네요?”
“학원 갈 때도 나비겠네?”
“와 좋다. 나는 나비다.”
어느 새 상상의 세계를 드나들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그만 말을 접었다. 여기저기서 나비로 변한 아이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 너희들은 나비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수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