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 훨훨 날아간 배추흰나비
6월 9일
훨훨 날아간 배추흰나비
아침에 교실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일렀다.
"선생님, 배추흰나비 한 마리 더 태어났어요."
재배상자를 보니 아이들 말대로 나비 한 마리가 흙 위에 앉아있었다. 연노랑 바탕에 하얀색이 살짝 배인 아주 예쁜 나비였다. 양 날개를 바싹 붙이고 제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는 걸로 봐서 태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얘가 어느 번데기에서 태어났을까? 손잡이 아래쪽에 번데기가 몇 개 있던데?"
상자 위쪽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번데기 두 개는 아직 어제 그대로였다. 손잡이 아래쪽을 훑어보니 껍질이 까진 번데기가 하나 있었다. 녀석이 거기서 태어난 게 틀림없었다.
반대쪽을 보니 나비 한 마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그 쪽 번데기에서도 나비가 태어나 있었다.
"야, 여기 나비 한 마리 더 있다."
이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아이들은 한꺼번에 두 마리가 태어났다며 기뻐했다.
그물을 걷고 손가락 끝으로 매달린 나비를 살짝 건드리자 상자 위로 걸어올라왔다. 날개짓은 하지 않았다. 이 녀석도 위에 있던 나비와 비슷한 시간에 태어난 듯 했다. 색깔이나 크기가 비슷해서 마치 쌍둥이 같았다.
"어느 나비가 암놈이에요?"
"둘이 짝짓기 시키면 안돼요?"
두 마리를 한꺼번에 보니까 아이들은 저마다 호기심이 샘처럼 솟아오르는 모양이었다.
첫째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먼저 나비를 보내는 간단한 식을 했다. 식이라고 해봐야 말 한마디 하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그물을 걷은 다음 말했다.
"훨훨 날아가라 나비야."
아이들도 작별 인사를 했다.
"잘가라 나비야."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자 나비 두 마리가 날개를 팔랑이며 곧장 화단으로 날아갔다. 좁고 갑갑했던 재배상자를 벗어나 드넓은 세상으로 가는 첫 날개짓이었다.
바람 타고 날아가는 나비를 바라보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마치 키우던 애완동물을 멀리 보내는 느낌이라고 할까.
또 알-애벌레-번데기-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보며 생명이란 게 참 신비롭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쌀벌레보다 작던 알이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되고, 그 애벌레가 번데기로 바뀌었다가 아름다운 나비로 변하는 과정은 신비 그 자체다. 특히 나비 몸에 붙은 우아하고 고운 날개를 보며 징그럽게 기어다니던 애벌레가 변한 게 맞는 지 아직도 의심이 될 정도다.
어릴 적에 시골에 살며 수많은 나비를 봐 왔지만 이번처럼 직접 커가는 과정을 살펴본 건 처음이다. 그것도 직접 배춧잎을 넣어주며 키워서 나비를 만들었으니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다. 반 아이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