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6월 10일 - 만화만 보는 아이들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45

6월 10일

만화만 보는 아이들


  오전에 김해도서관에서 도서관체험학습이 있었다. 직원으로부터 도서관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율동 몇 번 하고 구연동화를 듣고 나니 시간이 다 되었다. 도서관체험학습이었지만 도서관의 이모저모를 둘러보지 않는 어설픈 체험학습이었다.

  학교로 돌아가려는데 대출증이 있는 아이들이 책을 빌리고 싶다고 해서 어린이실로 보냈다. 그걸 본 다른 아이들이 자기들도 들어가서 책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냥 돌아가기가 서운하던 참이어서 그러자고 했다.

  다른 이용자가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책을 고른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무척 신경 쓰였지만 5분 정도가 지나니 모두 열람대에 앉았다. 무슨 책을 읽는 지 하나하나 살펴보았더니 놀랍게도 모두 만화책이었다. ‘살아남기’ 시리즈, ‘Why’ 시리즈가 가장 많고, ‘메이플스토리’, ‘마시멜로이야기’, ‘내일은 실험왕’, ‘한국을 빛낸 얼짱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단 한 명도 글로 된 책을 읽는 아이가 없었다.

  구완이한테 왜 만화책만 보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단순했다.

  “재미있으니까요.”

  수민이도 같은 의견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전부 만화책만 보네요. 다른 애들이 와도 그래요?”

  사서한테 이 문제를 물어보니 그 역시 이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게요. 우리 도서관에 오는 애들도 대부분 다 그렇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만화가 재미있고 읽기 쉬우니까요. 요즘 애들이 시간이 없잖아요. 어른들보다 더 바쁘니까 쉬운 책만 찾은 것 같아요.”

  사서 말을 들으니 조금 이해는 되었지만 문제는 문제였다.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니 도서관이 아니라 무슨 만화방에 온 듯 했다.

  만화를 본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요즘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만화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잘 이용하면 지식도 넓히고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만화를 보며 독서습관을 기른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반찬도 여러 가지를 섞어서 먹는 게 좋듯 책도 만화만 ‘편식’하는 것 보다는 글로 된 책도 함께 읽는 게 좋다. 같은 이야기라도 만화로 볼 때와 글로 된 책을 볼 때 받는 느낌과 감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로 본 이야기는 꼭 글로 된 이야기로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