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 용감한(?) 수인이
6월 21일
용감한(?) 수인이
아이들이 써 놓은 생각주머니를 읽어보니 수인이 이야기를 세 명이나 써놓았다. 그제 토요일 아침에 수인이가 쥐며느리를 가지고 놀았다는 이야기다. 보통 아이들은 쥐며느리 같은 벌레를 징그러워하는데 수인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노는 걸 보니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6월 19일 토요일 흐림
학교에 왔다. 교실에 사람이 몇 명 없었다. 그런데 정수인이 쥐며느리인지 콩벌레인지 한 마리를 들고 왔다. 나는 쥐며느리인지 콩벌레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무 징그러웠다. (장한별)
한별이가 ‘쥐며느리인지 콩벌레인지’라고 쓴 것은 이름이 아직 통일이 안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생물 관찰할 때 아이들이 ‘콩벌레’를 잡았다고 해서 보니 쥐며느리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쥐며느리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몇몇 아이들은 지금도 ‘콩벌레’라고 한다. 쥐며느리든 콩벌레든 둘 다 깨끗한 우리말이라서 좋긴 하다. 경민이도 한별이와 비슷한 글을 썼다.
6월 19일 토요일 해가 쨍쨍
아침에 수인이가 쥐며느리를 갖고 왔다. 너무 컸다. 예전에는 콩벌레라고 불렀는데 선생님께서 쥐며느리라고 가르쳐주셨다. 콩벌레는 쥐며느리니까 쥐다. 쥐는 징그러운데 수인이는 징그럽지 않나보다. (남경민)
경민이가 ‘쥐며느리니까 쥐다’라고 쓴 부분이 재미있다. 쥐도 징그럽고 쥐며느리도 징그러워서 이렇게 연결 지은 듯하다. 사실 쥐며느리는 쥐와는 관계가 없다. 지난번에 설명한 것처럼 쥐가 지나가면 죽은 것처럼 가만히 있어서 마치 시어머니 앞에서 조용히 있는 며느리를 빗대어 나타낸 말이기 때문이다. 경민이 말처럼 수인이가 갖고 놀던 쥐며느리를 나도 봤는데 정말 어른 새끼손톱만 하였다. 정말 징그러웠다.
6월 19일 토요일 쌀쌀
아침에 수인이가 쥐며느리를 들고 왔다. 그래서 손에다 올렸는데 팔로 올라갔다. 만약 내 팔에 올렸다면 간지러웠을 거야. (박찬기)
찬기는 수인이가 쥐며느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짧게 써놓았다. 내가 봤을 때도 수인이 팔에서 쥐며느리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었다. 손으로 잡기도 징그러운 쥐며느리를 수인이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인이는 참 용감(?)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쥐며느리는 주로 썩은 식물을 먹고 살고 사람한테는 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채소밭에 쥐며느리가 있으면 싹튼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모종의 줄기나 떡잎을 먹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려 얼씬 못하게 한다고 한다. 수인이 덕분에 쥐며느리에 관해 좀 더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