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 집으로 간 시험지
7월 7일 수요일 오후에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내림
집으로 간 시험지
지난주에 치렀던 기말고사 시험지를 봉투에 넣어 아이들 편에 집으로 보냈다. 시험지를 보내는 건 부모님들이 내 아이가 받은 성적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볼 수 있게 하려는 학교 뜻에 따른 것이다. 아이들 표정을 보니 대부분 무덤덤했지만 몇몇 아이는 싱글벙글한 표정이고 또 몇몇은 걱정 어린 얼굴이다. 아마 오늘 저녁에는 각자 집에서 시험 이야기로 울고 웃을 듯하다.
부모님들이 시험지를 받아보면 어떤 말을 먼저 할까?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들을 말은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사회는 저번보다 잘했는데 수학이 왜 이렇노?”
이렇게 짐작한 까닭은 중간고사 때보다 사회는 반평균 점수가 6점 오른 반면 수학은 무려 14점이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14점이라면 한 문제가 4점이므로 세 문제 반이 더 틀린 셈이다. 떨어진 수학 점수를 보고 부모님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사실 중간고사 때는 수학이 너무 쉬웠다. 반평균 점수가 90점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좀 어렵게 낸 탓에 성적이 떨어졌지만 아이들 실력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히려 이번처럼 문제가 어렵게 나올 때 받은 점수가 아이의 솔직한 실력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그래야 다음 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수를 쭉 훑어보고 나면 무얼 할까? 내 경험으로는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하나하나 살펴볼 것 같다. 어렵게 나온 문제는 함께 답을 찾아보기도 하겠지만 쉽게 나왔는데도 틀린 문제를 보면 “이것도 몰랐나?” 하며 꿀밤도 한 대 먹일 것이다.
아이들이 시험 볼 때 옆에서 지켜보면 나도 참 답답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다음 중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에서 보기가 ‘옛날, 한낮, 이른 아침, 어느 마을, 이른 새벽’이라고 나왔는데 당연히 ‘어느 마을’로 답해야 할 것을 다른 보기를 써서 틀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걸 보면 교사인 나도 속이 끓는데 부모님이 보면 오죽 할까.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른들에게는 ‘당연히’라고 하는 게 아이들한테는 한없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우리 집에서 딸 아이 기말고사 준비하는 걸 도와주다가 답답해서 화병이 날 뻔 했다. 과학 공부를 하는데 ‘찬물이 든 컵 표면에 생긴 물방울은 어디서 온 것인가요?’라는 문제를 보고는 자꾸만 컵 안에서 나왔다고 해서다.
어른들은 수많은 경험이 있으니까 ‘당연히’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차가운 컵 표면에 달라붙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실험을 하며 직접 확인해보기 전에는 답하지 못한다. 만약 이런 문제를 틀렸다면 우선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학습했는지 확인해보고 수업 시간에 다루었는데도 모르면 아이의 수업태도를 점검해보는 게 좋다.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시험 때가 되면 아이에게 아쉬운 마음을 가지는 부모님이 많다. 오늘 아이가 가져온 시험지를 들고 이런 생각을 하는 부모님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성적이야 어떻든 시험은 끝났으므로 부모님들이 마음을 넓게 먹고 아이들이 한 만큼 칭찬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다시 들고 올 수 있도록 해주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