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 일제고사가 가져다 준 행운
7월 14일 수요일 장마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다.
일제고사가 가져다 준 행운
어제부터 6학년들이 전국에서 치르는 일제고사인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른다고 그 불똥이 우리 3학년한테도 튀고 있다.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해야 하고 체육 수업도 실내수업으로 대체하거나 운동장에서 하더라도 큰 소리를 내거나 호루라기 소리를 내면 안 된다. 게다가 영어전담 선생님이 시험 보조 활동을 하는 바람에 영어수업도 담임이 대신하고 있다.
오늘은 1교시가 체육이고 2교시가 영어여서 두 시간 모두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 아이들은 체육 한다고 일찌감치 운동장으로 나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민 끝에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체험학습을 하기로 했다. 두 시간이면 시간도 제법 넉넉했다.
교무실로 가서 ‘해반천 생태 관찰 및 김해박물관 문화재 관람’으로 교외학습 신청을 해놓고 아이들과 함께 해반천으로 갔다. 며칠 전 내린 장맛비로 불어난 물에 휩쓸린 갈대와 억새들이 허옇게 진흙을 둘러쓴 채 드러누워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주변까지는 물이 불어나지 않은 듯 푸름을 뽐내고 있었다.
어떤 활동을 할지 생각하다가 우선 주변에 있는 토끼풀을 보고 네잎 클로버를 찾기로 했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안내했다.
“첫 번째 미션입니다. 지금부터 주변에 있는 토끼풀을 살펴보고 네잎 클로버를 찾아야 됩니다. 찾는 사람에게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주겠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전혀 계획에 없던 것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와 버렸다. 많이 찾아봐야 두세 명 정도 찾겠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준다는 말에 산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주위로 흩어졌다.
시작한 지 일 분쯤 지났을까. 세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잇따라 내게 달려왔다.
“선생님! 네잎 클로버 찾았어요. 보세요.”
미경이, 진하, 용은이가 내민 잎을 확인해보니 진짜 네잎 클로버였다. 생각과는 달리 행운의 주인공들이 너무 빨리 그리고 한꺼번에 많이 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세 명은 네잎 클로버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그리고 구완이 필통에 네잎 클로버를 담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너도 나도 네잎 클로버를 찾았다며 달려왔다. 정훈이, 한별이, 예진이, 현수, 찬기, ……. 아이들이 줄을 이었다. 서너 명 빼놓고는 다 찾아왔다. 입이 쩍 벌어졌다.
“어떻게 찾았는데? 혹시 잎을 찢어서 온 거 아냐?”
“아니에요. 네잎 클로버 맞다구요. 세어보세요!”
“저 쪽에 많이 있다구요.”
내 의심에 아이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가져온 잎을 볼에 붙이고 ‘인증샷’을 찍을 때는 모두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모양이었다.
일부러 찾으려면 그렇게도 보이지 않던 네잎 클로버를 아이들이 너무 쉽게 찾아와서 나도 찾아보기로 했다. 도로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둘러보는데 하나가 눈에 띄었다. 퍼뜩 손에 넣고 보니 놀랍게도 다섯 잎 클로버였다.
“야! 다섯 잎 클로버 땄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더니 아이들이 몇 명 몰려왔다.
“어디 봐요. 어라? 진짜 다섯 개네.”
“나도 다섯 잎 클로버 따야지.”
아이들도 놀랍다는 표정으로 풀밭을 살피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평소에는 찾기 힘들다는 네 잎 클로버가 흔한 것도 놀라운데 다섯 잎 클로버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섯 잎을 찾으라고 할 걸 그랬다. 조금 있으니 흥분된 목소리가 또 나를 불렀다.
“선생님, 저도 다섯 잎 클로버 땄어요.”
“저도 땄어요.”
용은이와 가연이가 달려왔다. 신기하게도 모두 다섯 잎이었다. 우리는 다섯 잎 클로버를 들고 믿기 힘든 ‘인증샷’을 또 찍었다.
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했다. 더 해야 할 까닭이 없었다. 마치 자갈밭에서 자갈 줍기 활동을 한 듯했다.
아무래도 첫 번째 ‘미션’은 아이들에겐 대성공이었지만 내겐 실패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제고사가 우리 아이들에게 엄청난 행운을 안겨준 셈이다. 두 번째 활동으로 ‘질긴 풀을 찾아라!’ 놀이를 한 뒤 김해박물관 앞 매점에 가서 모두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미션 두 개
김태현
오늘 6학년들이 시험을 쳐서 체육을 못 한다고 해반천으로 놀러갔다. 선생님이 미션을 주셨다. 미션은 네잎 클로버 찾기였다. 찾으면 아이스크림 한 개를 준다고 하셨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찾으러 나갔다. 시간이 지나더니 애들이 많이 찾았다. 한별이형은 찾아서 친구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조와주라.”
고 했다. 한별이 형은 그러겠다고 했다.
좀 있으니 애들이 우르르 찾았다고 하며 난장판이 됐다. 그래서 내가
“한별이 형, 아직 못 찾았어?”
라고 물어보니
“응, 아직.”
이라고 하며 두리번거렸다. 조금 있다가 한별이형이
“찾았다!”
고 했는데 민석이가 잽싸게 낚아챘다. 그래서 정훈이가
“한별이형 나 도와주고 있었거든?”
이라고 하니까 민석이가
“그럼, 같이 찾은 걸로 하자.”
고 하며 둘 다 사진 찍으러 갔다. 그래서 한별이형과 나도 같이 찾은 걸로 하고 갔다. 근데 민석이 형이
“한 사람만 된대.”
라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
찾다가 찾다가 너무 안 나와서 아이들한테
“다 찾았으면 나 도와줘.”
라고 했더니 전부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또 안 나와서
“누구 도와주실 분!”
했더니 예진이가 갑자기
“누구 네잎 클로버 하나 줄까?”
해서 하나 받았다. 그리고 선생님한테 가서 인증샷을 찍었다.
선생님이 두 번째 미션을 주셨다. ‘질긴 풀 찾기’였다. 길이가 길든 짧든 상관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모두 다시 찾으러 갔다.
잠시 뒤 내가 조금 질긴 풀을 찾아서 수민이랑 대결했다. 내가 이겼는데 수민이가 찢어진 한 조각으로 다시 하자고 했다. 또 내가 이겼다. 수민이는 또 찢어진 걸로 다시 하자고 했다. 또 내가 이겼다. 그랬더니 수민이가 갔다. 그런데 수민이가 다른 풀로 또 하자고 했다. 그 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수민이는 질긴 풀이 아니고 질긴 사람이다.’
그래서 했는데 또 내가 이겼다. 그리고 량희와 예진이가 왔다. 대결을 하자고 했다. 량희와 해서 먼저 이기고 예진이와 해서 또 이겼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과 해서 11연승이 되었다. 선생님이 수인이는 15연승이라서 1등이라고 했다.
선생님도 어떤 풀을 가지고 친구들과 대결을 했더니 선생님이 계속 이겼다. 그래서 일단 무시하고 수인이와 대결을 했더니 수인이가 이겼다. 그래서 다른 풀을 찾아서 선생님과 대결했더니 선생님이 이겼다.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풀은 질경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질겨서 질경이라고 하셨다.
질경이를 찾아서 선생님과 대결을 했는데 선생님이 이기셨다. 나중에 민서가 질경이를 가지고 와서 선생님과 대결했는데 선생님을 이겼다. 그래서 민서가 1등이 되었다.
이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진실게임을 하다가 학교로 돌아왔다.
해반천으로 간 날
문예진
학교 운동장에 선생님이 나오셔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6학년이 시험을 치고 있어서 운동장에서 체육은 못하고 해반천과 박물관으로 가자.”
나는 즐거웠다. 해반천에 와서는
“1단계는 네잎 클로버를 주은 사람은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 준다.”
라고 하셨다.
근데 아무리 살펴봐도 네잎 클로버가 보이지 않았다. 네잎 클로버를 찾은 아이들은 좋겠다. 그래서 용은이한테
“네잎 클로버를 찾아주면 안돼?”
라고 물으니
“알았어.”
라고 말해주었다. 그 때 나는 용은이가 네잎 클로버를 찾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근데 갑자기 누가
“다섯 잎 클로버다!”
라고 해서 깜짝 놀라서 가보니 진짜였다. 나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찾아봤다. 그 때 선생님이
“얘들아, 모여라. 이제 2단계는 질긴 풀을 찾아서 누가 이기는 지 대결해보자.”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질긴 풀을 찾아서 대결해보니 계속 내가졌다. 조금 슬펐다. 근데 계속 선생님이 이겼다. 그 이유는 선생님이 쓴 풀은 ‘질경이’라고 했다. 어디에 있는 지 말해주어도 안 보이고 아이들이 다 따갔다.
그리고 선생님이 박물관 앞에 있는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는데 선생님이 시간이 없어서 박물관은 못 간다고 해서 섭섭했다. 하지만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서 제일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