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 글에 담긴 마음
9월 14일 화요일 오후로 갈수록 구름이 두텁다.
글에 담긴 마음
지난 주 목요일 읽기 시간에 아이들이 쓴 글을 인쇄했다. 워드 작업은 그 날 바로 했는데 바빠서 인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쇄해서 종이로 들고 있어야 틈틈이 아이들을 불러 글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고 고치기도 쉽다.
그 날 공부가 ‘마음이 드러나게 시 쓰기’였다. 인쇄한 것으로 다시 읽어보니 대부분 글 속에 아이들의 마음이 잘 녹아 있었다. 함께 읽고 싶은 글을 세 편 골라보았다. 나머지 글은 쓴 아이와 함께 손질해서 <생각주머니>에 담을 생각이다.
묵찌빠
장한별
비가 와서 체육 대신
묵찌빠를 했다.
나는 왕을 네 번 했다.
그런데 김태현이랑 강량희는
왕에서 연속 3승을 해서
대왕이 됐다.
손은서는 연속 5승을 해서
천왕이 됐다.
나도 대왕 정도라도
되고 싶다.
한별이는 묵찌빠 놀이 때 했던 생각을 썼다. 왕이 되고 연속 3승을 하면 대왕, 연속 5승이면 천왕, 연속 10승이면 마왕 이렇게 이름을 붙이며 놀이를 했다. 왕은 여러 번 됐지만 연속 3승을 못해 무척 아쉬웠던 모양이다. 이런 마음이 잘 느껴지는 시다.
체육 선생님의 경고
손은서
체육이 끝나고 체육선생님이
편한 옷을 입어야 한대요.
안 입으면 체육을 안 한대요.
우리한테 편하면 되는 거지.
샌달도 편하면 되는 거고.
체육 선생님은 우리 맘을 몰라요.
샌달을 신고오거나 예쁜 옷을 입고 오면 체육수업 안 한다고 체육 선생님이 엄포를 놓아서 은서 마음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어떻게든 체육을 하고 싶은 은서 마음이 느껴지는 시다.
공부
문예진
어젯밤에
공부만 하지 않고
게임만 해서 엄마가
빨리 공부해라고 혼내셔서
눈물이 났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공부를 했는데
엄마가 한 걸음씩 나한테 와서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엄마는 내가 공부하는 게
제일 좋은가 보다.
세상에 자식이 공부하는 걸 싫어하는 부모님이 있을까? 예진이 엄마도 같은 마음에서 혼내고 칭찬했을 것이다. 엄마한테 혼날 때는 눈물까지 났지만 칭찬 한마디에 마음이 녹는 예진이의 순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아이들 글을 읽어보면 한 가지 확신이 드는 게 있다. 좋은 글은 특별한 재주나 실력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위의 시들처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힘만 있어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