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 국어사전으로 낱말 찾기
9월 30일 목요일 맑음
국어사전으로 낱말 찾기
읽기 시간에 국어사전에서 낱말의 뜻을 찾는 공부를 했다. 사전을 안 가져온 아이가 많아 도서실에서 다섯 권 빌려왔더니 두 명 앞에 한 권씩 놓고 공부할 수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대로 국어사전 찾는 법을 알아보고 동영상으로 다시 확인했다. 첫 소리(자음)와 가운뎃소리(모음)의 순서도 함께 알아보았다.
첫 소리 순서를 알아볼 때 몇몇 아이들이 송창식이 부른 ‘가나다라’를 흥얼거려서 놀랐다. 80년대에 나온 노래를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그래서 나도 송창식 처럼 양 팔을 들고 노래의 첫 부분을 불러주었더니 아이들이 신기해했다.
연습으로 ‘국립’이라는 낱말을 찾아보았다. 어떤 아이들은 쉽게 찾았으나 사전 다루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다. 요즘 모르는 낱말이 있으면 컴퓨터나 휴대폰, 전자사전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연습을 끝내고 문장에 나온 낱말 찾기를 했다. 찾아야 할 낱말은 ‘갯벌’과 ‘물질’이었다. 낱말을 찾아 그 뜻을 교과서에 쓰면 된다.
아이들 손에서 책장이 바쁘게 넘어 갔다. 길게 잡아도 5분 정도면 다 찾을 거라고 보고 나는 남는 시간에 찾아볼 단어를 골라보았다.
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다 찾은 아이들도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아직 다 찾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특히 ‘갯벌’을 못 찾고 헤매고 있었다.
“선생님, ‘갯벌’이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앞에 앉은 수민이와 동협이도 ‘물질’은 찾았는데 ‘갯벌’을 못 찾았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아차 싶었다. 사전 찾는 방법을 알아볼 때 중요한 절차를 빠뜨리고 말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첫소리와 가운뎃소리 순서를 알아볼 때 ‘ㅐ’ 처럼 ‘ㅏ’와 ‘ㅣ’가 합쳐진 겹모음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지나가버린 것이다.
‘갯벌’을 찾으려면 ‘ㄱ’에서 ‘ㅐ’를 찾아야 하는데 아이들은 이것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헤맸다. ‘ㅐ’ 는 ‘ㅏ’에서 ‘ㅣ’가 붙었으므로 ‘ㅏ’가 끝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일러주었더라면 혼란이 없었을 것이다. 송창식 흉내 내는 데 정신이 팔려 이런 일이 벌어졌다.
성진이와 민석이, 은서와 가연이, 용은이와 윤재도 같은 까닭으로 못 찾고 있었다. 방법을 일러주고 뜻을 찾고 나니 수업 시간이 다 됐다. 같은 방법으로 ‘과자’의 ‘ㅘ’와 ‘돼지’의 ‘ㅙ’는 ‘ㅗ’가 끝나는 곳에서 ‘ㅏ’나 ‘ㅐ’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알아보았다.
시계를 보니 긴 바늘이 쉬는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경민이와 혜민이가 이제야 ‘갯벌’의 뜻을 찾았다고 알려주었다. 좀 늦었지만 찾아서 다행이었다.
수업이 끝날 즈음 현수와 량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똥’도 찾고 ‘오줌’도 찾았어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찬기도 사전을 들고 왔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한국’도 있고요. ‘한국인’도 있어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살펴보았더니 찾은 낱말 뜻을 읽어주었다.
“한국은 대한민국이고요, 한국어는 한국인이 쓰는 언어래요.”
표정을 보니 마치 대단한 발견을 한 사람 같았다. 잘 찾았다고 말해주었다. 아직 한 가지 활동이 남았지만 시간 때문에 수업을 마쳤다.
아주 쉬운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사전 찾기가 이렇게 벅찬 수업이 될 지 몰랐다. 어른들에게는 당연하고 쉬운 것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어렵고 더디게 다가간다는 걸 느끼게 해준 수업이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하나하나 짚어나가야 한다는 점도 다시 일깨워주었다.
[덧붙임]
아침에 수인이가 병원에 갔다가 안타까운 소식을 가지고 왔다.
“의사선생님이 귀 안에 염증이 생겨서 고막이 조금씩 녹고 있대요. 커서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대요. 그리고 오늘도 주사 두 대나 맞았어요.”
의사선생님의 무서운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또 그 소리를 듣고 맞은 주사는 또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다.
늘 활달하고 재잘거리던 수인이가 점심 때 한 마디 말도 없이 밥을 먹는 걸 보니 안타깝기만 했다. 다행히 오후에는 기분이 나아졌는지 교실 뒤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중이염이 심하면 난청도 될 수 있고 가끔은 수술도 해야 하지만 관리만 잘 하면 저절로 낫기도 한단다. 또 현대의학으로 100% 완치 가능하다는 말도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수인이도 잘 치료하여 완치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