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 이상해?
10월 26일 화요일 푸른 하늘에 바람이 많고 추움. 한파주의보.
이상해?
듣기말하기 시간에 하나의 낱말이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공부했다. ‘키가 120센티미터 이상’, ‘기분이 이상해’에 쓰인 ‘이상’ 같은 동음이의어와 ‘손이 크다’, ‘손이 많이 간다’에 쓰인 ‘손’ 같은 다의어가 그것이다.
마무리 공부를 하려고 이런 낱말을 더 찾아서 칠판에 쓰는데 등 뒤로 뭔가 이상한 반응이 느껴졌다. 칠판에 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가 아기를 가슴에 꼭 안아주셨다.
누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가슴’에 눈길이 머물렀던 것일까? 여학생 몇 명이 요상한 말을 했다.
“어윽 선생님 이상해요.”
“선생님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이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내가 이상했다.
“이게 뭐가 이상해? 그럼 엄마가 아기를 가슴에 안지 배에 안니?”
아이들이 웃었다. 우스꽝스런 분위기가 이어질까봐 웃음을 꾹 참고 공부를 하려는데 한 아이(이름을 밝히면 안 되겠지요?)가 폭탄 같은 말을 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가슴에 안고 계신다. 이상하잖아요?”
교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나도 웃었다. 이럴 땐 함께 웃어주는 수밖에 없다. 뭐라고 대꾸하기도 그렇고 해서 웃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겨우 수업을 마무리했다.
방과 후에 교실에 혼자 있던 정훈이에게 물어보았다.
“정훈아, 가슴이란 말이 이상했나?”
“아뇨?”
“그럼 아까 여학생들이 왜 이상한 말을 했을까?”
“여자들한테는 이게 중요한 거잖아요.”
정훈이가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정훈이 말이 정답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벌써 성에 눈을 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학생들이 말이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