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10월 27일 - 준비물 챙기기 습관

늙은어린왕자 2010. 10. 27. 18:34

10월 27일 수요일 맑은 뒤 구름 조금. 바람이 차다.

준비물 챙기기 습관


  사회시간에 준비물이 있었다. 옛날과 오늘날의 이동수단과 의사소통수단이 나타난 그림이나 사진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림이나 사진이 준비되면 발달 과정에 따라 정리하여 발표하는 수업을 하려고 했다.

  수업 시작 전에 준비물을 확인해보니 열한 명은 준비해왔고 열다섯 명은 준비를 하지 않았다. 대여섯 명 정도까지는 안 가져와도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지만 절반 넘게 준비가 되지 않으니 도저히 진행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아이들을 다그치니 대부분 잊었다, 알림장을 보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술 시간에 필요한 도화지나 채색도구, 풀이나 색종이 등은 아이들이 준비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얼마든지 마련해줄 수 있다. 또 수학 시간에 필요한 자, 컴퍼스 같은 것도 늘 준비해두고 있어서 아이들이 안 가져와도 수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늘처럼 문구점에서 팔지 않는 준비물은 아이들이 준비하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안 가져온 아이들을 모두 불러내어 손들기 벌을 주었다. 벌 가운데 가장 약하지만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준비물을 가져온 아이들은 따로 모둠을 만들어 자료를 정리하도록 하고, 벌 받은 아이들은 집에서 해오도록 한 뒤 수업을 마쳤다.

  며칠 전 아침에 2학년인 우리 집 둘째 딸이 준비물을 준비하지 않아서 나한테 혼난 일이 있었다. 학교 다녀오면 무조건 알림장부터 읽어보고 숙제나 준비물을 챙기도록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날은 깜깜하게 잊고 있었다.

  알림장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가방을 뒤져보니 멀쩡하게 들어있었다. 알림장에는 ‘납작한 돌 하나 가져오기’, ‘물건 그림 스무 개 오려오기’라는 준비물이 적혀 있었다. 초비상이었다. 애들 엄마는 허겁지겁 전단지에서 물건 그림을 오리고 나는 재빨리 나가 아파트 주위를 돌아다니며 납작한 돌을 주워왔다.

  전날 저녁에 잠깐만 알림장을 살펴봤어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고 학교에 보냈다.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숙제나 준비물 챙기기는 습관이다. 숙제가 있든 없든, 준비물이 있든 없든 늘 다음 날 일정을 챙겨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알림장 보기나 숙제, 준비물 챙기는 습관을 들이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아이들이 이런 습관을 만들 때 부모님도 옆에서 함께 챙겨주고 격려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