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 어려운 교과서
11월 1일 월요일 맑음
어려운 교과서
“근데, 그림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단 말야. 이건 했고…….”
태현이가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선물상자 포장하는 순서를 점검하고 있었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헷갈려요.”
“너무 어려워요.”
1모둠 아이들은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지만 아직 포장지를 선물 크기에 맞게 제대로 자르지도 못했다.
“우린 예술 감각이 없어. 선생님은 알겠어요?”
시현이의 불평에 아랑 곳 않고 태현이는 여전히 교과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해가 되는 문장에는 끝에 ‘OK'를 써나가지만 중간부터는 없는 걸로 봐서 거기서 막힌 모양이었다.
다른 모둠을 둘러보니 교과서 설명대로 만든 모둠은 일곱 모둠 가운데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는 여학생 모둠 두 군데뿐이었다.
읽기 시간에 있었던 교실 풍경이다. ‘선물 상자 포장하기’라는 설명글을 읽고 직접 선물 상자를 포장해보는 공부를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려워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글 내용이 쉬웠다는 아이는 단 두 명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설명서를 교과서에 내놓은 것 같았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렵건 말건 교과서에는 글 내용 공부를 많이 하도록 해놓았다. 준비물은 뭔지, 깨끗하고 예쁘게 포장하기 위하여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글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늘어놓았다. 또 선물 상자를 포장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찾아 쓰게 하고 모서리 정리하는 방법도 따로 정리하도록 빈 칸을 만들어놓았다. 실컷 답하고 찾아 써본들 글을 보고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지 못하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덧붙임] 이 시간에 공부한 내용으로 시험 문제를 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다음은 선물상자를 포장하는 방법 중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인가요?
(1) 상자를 포장지 가운데에 놓고 두께를 재어 손으로 눌러 표시한다.
(2) 남은 부분을 잘라내기 위하여 표시한 부분을 접는다.
(3) 접은 부분을 가위로 자른다.
<보기> ①포장지 자르기 ②포장지 씌우기 ③모서리 정리하기
이런 문제는 생각만으로 풀 수 있다. 당연히 정답은 ①이다. 아마 이런 문제를 풀라고 하면 우리 반 아이들 가운데 못 푸는 아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내용을 읽고 문제는 다 푸는데 똑 같은 내용을 보고 손으로 만들지는 못한다면 공부를 잘 한 걸까?
[교과서 내용 - 그림은 생략]
선물 상자 포장하기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 예쁘게 포장하면 받는 사람의 기쁨은 훨씬 커집니다. 그럼 선물 상자를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준비물 : 선물상자, 포장지, 양면테이프, 가위
먼저, 선물을 포장을 포장지를 자릅니다. 상자를 포장지의 가운데에 놓고 두께를 재어 손으로 눌러 표시하여 둡니다. 남은 부분을 잘라 내기 위하여 표시해 둔 부분을 접습니다. 접은 부분을 가위로 자릅니다.
다음은 선물 상자에 포장지를 씌웁니다. 포장지에 상자를 올려놓은 다음, 포장지 양 끝이 가운데에서 겹치도록 씌웁니다. 겹치는 부분을 2~3센티미터 정도 두고 남는 부분을 자릅니다. 그러고 나서 겹치는 부분의 한쪽을 1센티미터 정도 접습니다. 접은 부분에 양면테이프를 붙입니다. 이때, 포장지를 상자의 가운데에 맞추어 당기면서 붙입니다.
그리고 선물을 싼 포장지의 모서리를 정리합니다. 옆면의 포장지를 상자 위쪽의 가장자리에 맞추어 접고, 양옆의 포장지를 가장자리에 맞추어 안쪽으로 접습니다. 아래쪽은 접은 선이 상자의 가운데에 오도록 접으면 됩니다. 접은 부분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정리합니다.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합니다.
선물 상자를 깨끗하고 예쁘게 포장하려면 포장지가 구겨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접는 부분은 손으로 힘을 주어 눌러서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