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11월 4일 - 쉬운 수학?

늙은어린왕자 2010. 11. 5. 00:53

11월 4일 목요일 맑다. 아침에는 쌀쌀하더니 낮에는 포근하다.

쉬운 수학?


  요즘 수학 시간에 나눗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한다. 특별한 공부 방법이 있어서 재미있어하는 게 아니라 내용이 쉬워서 재미있다고 한다. 문제를 풀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쉬워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도 칠판에 나눗셈 몇 문제를 써놓고 풀 사람 신청을 받았더니 서로 하겠다고 해서 나올 사람을 고르느라 애를 먹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고 재미없어하는 과목이 수학인데 요즘은 체육 보다 더 인기 있는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생님, 기분 나빠요. 안 시켜줘서요.” (현수)

  “우리가 뒤에 있다고 안 보여요?” (량희)

  보통 때는 시키려고 하면 서로 눈치를 보며 피하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안 시켜준다고 떼를 쓴다. 놀랍기만 하다.

  수학익힘책 푸는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4단원은 벌써 다 풀었어요. 5단원도 풀면 안돼요?” (수지)

  “4단원도 쉽고 5단원도 쉬워요.” (구완)

  “학원에서 8단원까지 공부했는데 쉬워요.” (찬기)

  어려워서 끙끙거리는 것 보다는 쉽다며 문제를 풀고 싶어하는 모습이 좋다.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좋겠다.

 

[하나 더]  점심 때 수인이가 밥을 먹다가 식당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대왕이다.”

  옆에 있던 예진이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오늘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수련회 갔잖아. 1학년 2학년은 우리 보다 아래니까 우리가 대왕이지.”

  그제야 이해된다는 듯 예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학년 아이들이 없으니 급식소가 넓고 조용했다. 4~6학년이 수련회 간 덕에 오래간만에 차분하게 밥을 먹었다. 밥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