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 쫓겨난 아침활동
12월 1일 수요일 맑음
쫓겨난 아침활동
아침 활동 시간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투덜대며 교실로 들어왔다. 운동장에서 논다고 교감선생님께 혼났다는 것이다. 우리 반은 수요일 아침마다 운동장 활동을 한다고 말씀드려도 막무가내로 들어가라고 했단다.
아니나 다를까 1교시 수업 중에 이 문제로 교실마다 팝업이 올라왔다.
‘1교시에 체육 수업이라고 운동장에 학생들 내버려 두지 마시고 아침 활동 후 수업 시간이 되면 운동장에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팝업 내용을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이런 일을 벌써 두 번째 겪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학생들 내버려 두지 마시고’ 이 표현은 우리 반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신 말씀이다. 수요일 아침 활동을 ‘운동장에서 놀기’로 잡은 건 아이들과 약속하고 하는 것이지 절대 그냥 내버려 둔 게 아니다. 오늘은 운동장 활동이 바로 아침활동이고 1교시가 체육이니 아이들은 당연히 운동장에 가 있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가서 교감선생님께 이 문제를 말씀드렸다.
“교감선생님, 우리 반은 매주 수요일 아침 활동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기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왜 들여보냈습니까?”
교감선생님은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다른 반은 모두 교실로 들어가서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인데 이선생 반 아이들만 밖에서 노니까 형평에도 안 맞고 다른 반에 방해도 되고 그래요.”
“안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만 오면 교실에 앉아서 날마다 책만 읽어야 하는데 일주일에 달랑 하루 운동장에서 노는 것이 안 된다는 게 우습지 않습니까? 수업 시간도 아니고 아침 자습 시간일 뿐인데요.”
“조용히 책 읽는 게 교장선생님 지시사항이라서 할 수 없어요.”
“아무리 지시사항이어도 그렇지 아침 시간까지 학급에서 조금도 자율로 하지 못하면 문제 아닙니까?”
“그야 그리 생각도 들지만…….”
아무래도 교감 선생님과 길게 이야기해도 해답이 없을 것 같아서 이쯤에서 이야기를 그만두었다. 내일 오후에 있을 부장회의 때 이 문제를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말씀드리고 교무실을 나왔다.
공부를 준비해야 할 아침 시간에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어나 수학 공부를 앞두고 있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첫째 시간이 체육이어서 오히려 아침 시간에 운동장에서 노는 게 더 좋은 수업 준비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나만의 생각일까? 내일 교장, 교감, 부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이 점을 반드시 말씀드려야겠다.
[덧붙임]
지금까지는 남학생들이 아침 활동 시간(8시 40분) 전에 날마다 공을 찼는데 이번 주부터는 이것도 어렵게 됐어요. 지난 월요일부터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아침마다 ‘건강달리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건강달리기 시간이 8시 20분부터 40분까지여서 남학생들이 공차는 시간과 정확히 겹치지요. 이때는 축구를 금지했거든요.
건강달리기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좋아하는 공을 못 차게 됐으니 아쉬울 뿐입니다. 이제부터 공을 차려면 더 빨리 와야겠어요. 그것도 8시 20분까지만 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