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 청소
12월 2일 목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청소
점심 먹고 교실로 올라와보니 바닥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 살펴보니 세 분단 가운데 한 분단만 청소하고 갔다. 청소를 하지 않는 아이들만 불러서 주의도 주고 부탁도 한 게 불과 며칠 전이어서 벌컥 화가 났다.
운동장 놀이터에 청소 안 한 아이가 한 명 있어서 교실로 불렀다. 왜 청소 안 하고 놀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잊어버렸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날마다 하는 일을 잊어버리느냐며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야단치고 청소를 시켰다. 보기가 딱했는지 남아 있던 수인이가 거들어 주었다.
나머지 한 분단은 다행히 맡은 아이가 남아있었다. 그 아이한테도 청소부터 해놓고 놀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래도 화가 다 풀리지 않아서 남아서 놀던 아이들을 교실에서 쫓아내고서야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청소를 잘 할까? 이건 아마도 영원한 숙제로 남을지 모르겠다. 여태껏 18년 동안 교사로 있으면서 만족스러웠던 해가 몇 번 없었으니까 말이다.
청소를 깨끗이 못 하는 걸 탓하는 게 아니다. 청소를 했는데 깔끔하게 못한 건 손이 작은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예 청소를 빼먹고 가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말 이런 아이들에겐 쉴 새 없는 잔소리가 필요한 것일까?
이런 고민 때문에 우리 학교 어떤 반은 아예 4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에 청소를 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5교시 수업을 일찍 마치고 급식소 가기 전에 청소부터 해놓기도 한다. 하지만 쉬는 시간, 수업 시간 다 지키고 급식 마친 뒤 집으로 가기 전에 잠깐 청소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내일 아침에 오늘 다 못한 잔소리를 마저 해야 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잔소리, 잔소리가 나오기 전에 자기가 해야 할 일 좀 성실하게 해줄 수 없겠니? 아이들아!
오늘 교실에 남아 있다가 괜히 야단맞고 쫓겨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