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어린왕자 2010. 12. 13. 23:15

12월 13일 월요일 하루 종일 비

숙제


  사회 3단원 ‘변화하는 전통 의례’ 되짚어보기 공부 시간이었다. 교과서에는 전통의례와 관련된 일곱 가지 질문이 있다. 예를 들면 ‘옛날에 아기가 태어났을 때 고추, 숯 등을 단 금줄을 걸어 놓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것이다.

  지난주 수요일에 이 일곱 가지 질문 가운데 흥미 있는 세 가지를 골라 오늘까지 알아오도록 숙제를 냈다. 그리고 잊지 않도록 금요일에 다시 한 번 일러주었다.

  얼마나 해왔는지 알아보니 조사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수가 똑같았다. 반 밖에 안 해왔다고 불평해야 할지 반이나 해왔다고 기뻐해야 할 지 모를 애매한 숫자였다. 숙제 안 한 아이들을 일어서게 하여 교실 뒤에 한 줄로 세웠더니 뒷면을 모두 가릴 만큼 많아보였다. 

  “이제 여러분은 곧 4학년이 됩니다. 4학년이 되면 지금보다 숙제를 잘 해야 됩니다. 그래야 여러분 실력도 올라가고 선생님들이 수업 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부탁입니다.”

  예전 같으면 잔소리라도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솔직한 내 마음만 전하고 말았다.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업에는 참여시켜야겠다 싶어서 앉아 있는 아이들 발표를 듣고 내는 문제를 맞히면 들어오도록 했다. 한 문제에 두세 명씩, 일곱 문제가 끝났을 때 뒤로 나갔던 아이들이 모두 제자리에 들어오고 수업도 함께 끝났다.

  이제 연말이 가까워오고 이 아이들과 인연도 거의 끝나간다. 새 학년이 되기 전에 이 아이들이 한 번이라도 내 욕심만큼 숙제를 해오는 날을 볼 수 있을까? 내 욕심은 적어도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해오는 것이다. 욕심이 너무 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