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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 한자 시험 결과를 보며

늙은어린왕자 2010. 12. 15. 01:20

12월 14일 화요일 맑음. 오후로 갈수록 바람이 세다.

한자 시험 결과를 보며


  어제 치른 한자 시험 성적을 장부에 써놓고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아이가 열 셋, 60점에서 70점 사이가 셋, 50점 이하 점수를 받은 아이가 열 명이다. 50점 이하 점수를 받은 아이 가운데는 0점짜리도 세 명이다.

  이걸 잘함, 보통, 노력요함으로 나눴을 때 잘함에 들어가는 아이가 절반이다. 이 숫자는 어제 숙제해온 아이 수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관심을 가지고 숙제를 하는 아이가 한자 시험에서도 결국은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뜻이다. 숙제해온 아이와 한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아이를 하나하나 견주어보니 실제로 그 아이가 그 아이다.

  지난주부터 시험 친다고 말하고 알림장에 써주고 문제지까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는데도 성적이 안 나왔다면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관심부족이 아닐까 싶다. 숙제를 하는 것도 관심에서 나오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문제지를 보는 것도 관심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관심이 곧 실력이 된다는 말이다. 특히 초등학생들한테는 딱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관심만 있으면 실력이 좋아지는데 문제는 아이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8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겪은 경험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다른 것 보다 공부에 더 관심을 가지는 특별한 아이가 가끔 있긴 해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게임이나 만화책, 축구에 빠져 있는 관심을 공부 쪽으로 불러 모을까.

  “홈페이지에 문제가 있는데도 안 보면 어떻게 해?”

  “안 봐도 돼요.”

  “점수 안 나와도 되나?”

  “안 나와도 돼요.”

  묻는 질문마다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둔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시험문제(밥)를 숟가락에 떠서 입에 넣어주어도 삼키지 않는 아이들이 답답하기는 해도 한편으론 이게 바로 아이들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숙제나 공부를 살펴보는 습관 정도는 길러야 하지 않을까? 놀 때 놀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