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 추위도 잊은 아이들
12월 15일 수요일 아주 춥다.
추위도 잊은 아이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는데 찬 기운이 팍 느껴졌다. 차에 올라 열쇠를 꽂으니 알림판에 현재 기온이 영하 4도라고 나왔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몸으로 느끼는 온도는 더 낮다. 차도 얼었는지 엔진 소리가 컸다.
이렇게 추운 날, 운동장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열심히 아침활동(축구)을 하고 있었다. 아침 활동이 ‘운동장에서 놀기’이긴 한데 너무 추워보였다. 얘들이 수요일 아침 활동은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다.
“수민아, 윗도리는 어디 벗어놨노? 안 춥나?”
“안 추운데요.”
“동협아, 점퍼 입어라. 얼어 죽겠다.”
“괜찮은데요.”
일주일에 달랑 하루 있는 운동장 활동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 앞에 추위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구완이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얘들아, 들어가자. 감기 걸리겠다.”
“아직 시간 안 됐어요.”
“좀 더 하고 가요.”
시계를 보니 아침 활동 시간이 아직 15분이나 남아있었다. 날씨를 생각하면 당장 들여보내야 했지만 추위도 잊은 채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좀 더 내버려두었다.
문제는 교감, 교장선생님의 야단인데 오늘은 내가 직접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지키기로 했다. 만약에 들어가라고 하면 나도 함께 활동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말씀드리기로 하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10분 동안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며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았다.
다행히 오늘은 교무실에서 고함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문제였다. 뛰기라도 하면 몸에 열이 나서 견딜만할 텐데 가만히 서 있으려니 추위가 온 몸으로 전해져왔다. 발끝, 손끝, 코끝 끝이란 끝은 다 시리고 콧물까지 흘렀다. 10분이 참 더디게 갔다.
“추운데 뭐 한다고 운동장에 서 있었소?”
찬바람에 볼과 코끝이 벌게져 들어왔더니 행정실 직원들이 물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렸더니 재미있어했다.
지난 일요일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조심했는데 오늘 다시 감기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오후, 저녁으로 갈수록 콧물이 많이 난다.
[덧붙임] 이렇게 써놓으니 마치 아침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점심 때도, 오후에도 운동장에서 찬바람을 맞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