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 몸살감기
12월 16일 목요일 맑음
몸살감기
어젯밤부터 목이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더 심해졌다. 아무래도 학교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학교에 연락하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진찰 받고 주사 맞고 나오는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마 이때 몸살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학교에 도착하니 4교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잠깐 교실에 들어갔다가 아이들이 미술 수업 하는 걸 보고는 나왔다. 4교시 수업부터는 내가 해야 하는데 힘들어서 옆 반 선생님께 부탁하고 쉼터로 갔다. 점심 먹을 때 잠시 나온 것 빼고는 거기서 오후 5시까지 누워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쉬는 게 나을 뻔 했다.
주사 맞고 약 먹고 쉬어준 덕분에 다행히 쉼터를 나올 때는 머리가 한결 맑아지고 후덜거리던 다리도 힘이 붙었다. 교실에 들렀더니 미술 시간에 아이들이 만든 성탄 카드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몇 장을 주워서 그 안에 써놓은 편지를 읽어보았더니 재미가 있었다.
내 책상 위에도 카드가 한 장 놓여있었다. 점심 때 잠시 교실에 들렀을 때 미경이가 건네준 카드였는데 정신이 없어서 보지는 못했다.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 미경이에요. 만난 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헤어지네요. 선생님은 아픈데도 학교에 오시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하세요.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더 말을 잘 들을게요. 선생님, 벌써부터 선생님의 휘파람 소리가 그리워지네요. 몸조심 하시고 건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Merry Christmas!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미경 올림
4학년이 가까워서 그런가? 편지 쓰는 것도 이제 어린 티를 많이 벗었다. 이렇게 정성들여 써 주고 갔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했다.
내가 아픈 바람에 오늘도 옆 반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수업도 대신 해주시고 급식지도에 교실 정리까지 신세를 많이 졌다. 몸이 불편하니 여러 가지 아쉬운 일이 많은 것 같다. 선생 노릇 제대로 하려면 몸부터 잘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