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 불만 체육
3월 15일 화요일 구름이 엷게 낌
불만 체육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체육 수업이 든 날에는 아이들 질문이 쏟아진다.
“오늘 체육 해요?”
“체육 시간에 뭐해요?”
“축구 한 판 하죠?”
질문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오늘 체육 운동장에서 하고 공놀이나 게임 합시다!’ 이런 뜻이다. 하루 종일 교실이나 학원에 갇혀 머리만 쓰는 아이들에게 몸으로 활동하는 체육 시간이 얼마나 금쪽같은 시간이겠는가. 그래서 웬만하면 운동장 수업을 하는데도 질문은 끝이 없다. 어떤 때는 전날부터 묻기도 한다.
교과서로 공부하는 다른 과목과 달리 체육은 교과서 없이 운동장에서 하는 수업이 많아 교사가 미리 내용을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로서는 뭘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이것도 질문을 쏟아내는 한 가지 원인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렀다.
“저기 게시판 보세요. 한 학기 동안 체육 시간에 할 내용을 인쇄해서 붙여놓았습니다. 앞으로는 저 수업 계획표에 따라서 수업합니다.”
수업 계획표에는 수업 내용과 장소, 준비물을 밝혀놓았다. 수업 내용은 교과서 진도에 따랐고 장소는 대부분 운동장이다. 비나 황사, 심한 더위가 올 때는 교실에서 보건, 안전 수업을 할 계획인데 문제는 수업 내용이다.
“계획표가 뭐 이래요? 축구도 없고.”
아니나 다를까 몇몇 아이들에게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잘 보세요. 아래쪽에 가면 여러 가지 공놀이도 많으니까.”
체육도 국어나 수학 같은 교과라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공놀이나 게임만 많이 할 수는 없다. 체력 증진, 보건과 안전 같은 건강 활동도 해야 하고 사격이나 태권도, 씨름 같은 도전 활동도 해야 하고 리듬 표현 활동도 해야 한다. 물론 여러 가지 공으로 하는 활동도 잡혀 있다.
불만을 뒤로 하고 일단 운동장으로 나갔다. 계획표에 힘 기르기 활동이 잡혀 있어서 스트레칭과 팔 굽혀펴기, 제 자리 높이뛰기 같은 체력 활동을 한 시간 동안 했더니 아이들 입이 쑥 튀어나왔다. 게다가 팔 굽혀펴기가 너무 안 돼서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하겠다고 하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늘 체육 시간에 오랜만(?)에 나가게 되었다. 근데 걱정이 되었다. 왜냐면 체육을 짠 대로 하기로 해서 읽어보니 ‘스트레칭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써져 있었다. 그래서 기분 좋지 않게 나갔다. 나가서 준비운동을 하고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샘, 오늘 뭐 해요?”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오늘 체력 단련 한다.”
그리고 체육선생님이 오른발 왼발 바꾸기 시범을 보여주었다. 우리 선생님은
“이렇게 하면 된다.”
하며 몇 번 시켰다. 지옥 같은 몇 분이 지나가고 이번에는 최대로 높이뛰기를 했다. 이렇게 또 죽음의 문에 다다를 정도로 하고, 이젠 팔 운동이었다. 스탠드에서 팔 굽혀 펴기를 100번 정도 했다. 지옥이었다. 팔이 힘들었다. 다 하고 들어오니까 괜찮아졌다.
이런 체육은 다시는 안 하면 좋겠다. 다음엔 축구 하고 싶다. (체력단련, 박시현)
오늘 체육 시간에 체력 단련을 했다. 애들이 슬퍼했다. 팔 굽혀펴기도 하고 다리 엇갈아 뛰기도 하고 여러 개를 했다. 팔 굽혀펴기를 할 때 애들이 힘들어했다. 선생님이 우리한테 팔 힘이 너무 없다고 했다. 남자 애들 보다 여자 애들이 더 잘했다. 애들이 다 하고 발야구나 축구 하자고 했는데 안 했다. 오늘 체육은 재미도 없고 힘만 들었다. 차라리 달리기가 나은 것 같다. (체육 시간, 정성윤)
오늘 체육 시간에 체육을 하였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늘은 체력기르기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왜냐 하면 체력 기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 발 풀기는 할 만 했는데 팔 굽혀펴기가 공포였다. 나는 선생님께
“선생님, 다른 거 해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들은 체 만 체 하며 무시하였다. 돌 많은 운동장에서 매트도 깔지 않고 하지만 나는 ‘으쌰! 으쌰!’ 하며 열심히 했다. 그런데 체력 기르기인데 나한테는 체력 줄이기로 느껴졌다. 다른 아이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힘들어서 선생님께
“선생님, 이거는 여자한테 불리해요. 남자들은 축구도 해서 체력이 좋잖아요.”
라고 말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남자 아이들도 운동을 해서 그런 거니까 우리도 운동하면 된다.’
고 생각했다.
나는 오늘 체력 기르기를 하면서 선생님께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선생님, 적당한 운동은 약이지만 너무 많은 운동은 독이에요.”
(공포의 체육, 양현정)
쓰기 시간에 겪은 일을 한 가지 써보라고 했더니 여섯 명이 체육 수업에 관해서 썼다. 모두 불만 섞인 글이었다. 성정이는 운동장에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며 ‘운이 없는 체육시간’이라는 제목까지 달아놓았다.
계획표에 따라 수업한다는 말을 했는데도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여기니 이 일을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