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 교육과정설명회
3월 19일 토요일 엷은 구름, 포근한 기온
교육과정설명회
“선생님, 오늘 일찍 마쳐요?”
“2교시 하고 마치죠?”
아침부터 아이들이 들떠있었다. 오늘 교육과정설명회가 있어서 부모님들이 많이 오시는데, 이런 날은 대개 일찍 마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일정을 보니 정상 수업 보다 30분 빠른 11시 50분에 마치도록 되어있었다.
“3교시 끝나고 마치겠는 걸?”
“힝, 2교시 하고 마치지.”
여학생들이 주로 마치는 시간이 궁금했던 반면 남학생들은 계발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계발활동은 해요, 안 해요?”
“부모님들도 많이 오시고 학교 행사가 있는데 계발활동이 되겠니?”
“그럼 축구 못하잖아요.”
“컴퓨터실에도 못 가요?”
“그래, 오늘은 못하겠다.”
축구부 아이들은 많이 아쉬운 지 계속 물고 늘어졌다.
“우리끼리만 나가서 하면 안 돼요?”
“글쎄, 어렵겠는 걸.”
아이들은 곧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마음으로는 내 보내고 싶지만 학교 일정이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나도 들떠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미처 다 붙이지 못한 그림도 붙이고 뒷 게시판 타이틀 글자, 생일 사진 인쇄해서 코팅하고 붙이랴 몸도 마음도 바빴다. 또 강당에 컴퓨터 화면과 방송은 잘 나오는 지 확인하느라 오르내리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 강당에서 행사를 마친 부모님들이 각 교실로 올라왔다. 우리 반에도 어머니 열두 분이 오셨다. 아버지로서는 유일하게 미경이 아빠가 오셨는데 강당 행사에만 참여하고 가셨다고 한다. 조금 아쉬웠다.
어머니들만 앉아 계시는 교실에서 홀로 남자여서 그런지 드러나지 않게 떨리는 가운데 올 해 교실생활 계획을 간단히 이야기를 드렸다. 또 일기쓰기, 학습일기, 운동장 사용, 문집 만들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어머니회 임원 구성 문제를 협의한 뒤 헤어졌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님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사실 가장 큰 행사다. 오늘 한 교육과정설명회도 그렇고 공개수업, 학예회, 입학식, 졸업식이 모두 그렇다. 그런데 돌아보면 큰 일이 없었는데도 맞이하기 전에는 왠지 들뜨고 마음이 부산스럽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말이다.
과정이야 어떠했든 자리를 빛내주신 부모님들이 있어서 오늘 행사가 탈 없이 잘 끝났다. 오늘 학교에 와주신 모든 부모님들께 고마운 마음 전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