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 민경이
2011년 3월 29일 화요일 구름
민경이
점심을 먹다 보니 다른 아이들은 가고 민경이, 경희, 민지, 나 이렇게 넷이 남았다. 옆에 앉은 민지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민경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저, 선생님.”
“응?”
“저번에 경희하고 떠들어서 선생님한테 혼났잖아요?”
“그렇지.”
민경이가 한숨을 잠깐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민경이는 중요한 말을 할 때 ‘어휴’ 또는 ‘어이구’ 하며 한숨 쉬는 습관이 있다.
“그 때요, 제가 말을 걸어서 혼난 거예요. 그래서 경희한테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어요.”
민경이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더니 또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이제 안심이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 신경 써서 말하는 민경이를 보고 경희는 살짝 웃어주며 대답을 대신했다.
오후에 교실에 혼자 앉아 일을 보고 있는데 문득 민경이가 진지하게 고백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조그만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솔직히 말하는 민경이가 참 순수해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전에도 민경이 고백이 하나 더 있었다. 사회 숙제를 둘러볼 때다.
“선생님, 저요 사실은 숙제를 했는데 집에 두고 안 가져왔어요.”
“그럼 숙제 안 한 거랑 똑같은데?”
내 말에 민경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진실인데요. 숙제 했어요.”
“정말?”
“그런데 안 가져온 거예요.”
진지한 민경이 표정을 보고는 정말 숙제를 했는데 안 가져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넘어가주었다.
아직 한 달 밖에 함께 지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민경이 한테는 순수함, 깨끗함 이런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