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3월 30일 - 끈기 있는 시현이

늙은어린왕자 2011. 4. 1. 00:58

 

2011년 3월 30일 수요일 맑음

끈기 있는 시현이

 

 

  과학행사를 모두 마치고 교실에 올라오니 시현이가 혼자 끙끙거리며 로켓을 만들고 있었다. 행사가 다 끝난 마당에 무얼 하는가 했더니 낙하산 로켓을 만드는 중이었다.

  “선생님, 낙하산 로켓 만들어 보셨어요? 이거 진짜 어렵네.”

  시현이도 물로켓 대회에 참가하긴 했는데 날개를 너무 얇은 종이로 만드는 바람에 제대로 날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현이는 물로켓 실패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낙하산로켓 뭣 하러 만들려고? 이제 대회도 끝났는데.”

  “아, 제가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이 비닐 좀 묶어주세요.”

  건네준 로켓을 살펴보니 설명서대로 잘 만들어놓았다. 물로켓 만들 때 이렇게 신경 썼으면 상이라도 하나 받았을 텐데 안타까웠다. 비닐낙하산과 탄두를 연결해주며 펴지는 원리를 설명해주었더니 또 물었다.

  “근데 로켓발사대 비싸요?”

  “조금 비싸지. 왜 날려보고 싶어서?”

  “네.”

  낙하산 로켓을 날리려면 발사대도 필요하지만 바람 넣는 펌프도 있어야 한다. 두 가지 다 준비하려면 돈이 몇 십만 원이나 든다. 시현이는 조금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냥 높은 곳에서 던져보면 어떨까?”

  “그래야겠네요. 집에서 연습해봐야지.”

  사실 낙하산 로켓은 손으로 던져서는 전혀 펴지지 않는다. 전용 발사대로 수십 미터 이상 높이 올려야 내려오면서 낙하산이 활짝 펴지게 된다. 관심 있는 곳에 끈기 있게 도전하는 시현이를 위해서 시간 날 때 운동장에서 한 번 날리도록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