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4월 5일 - 글 고치기

늙은어린왕자 2011. 4. 6. 21:42

4월 5일 화요일 벚꽃에 햇살이 가득한 날
글 고치기

 

  쓰기 시간에 아침에 쓴 글(겪은 일) 고치기를 했다.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이것저것 묻고 답하며 조금씩 고쳐보았다. 시현이 차례가 되어 글 내용을 살펴보는데 시현이가 물었다.
  “꼭 이렇게 고쳐야 돼요?”
  “그럼, 이게 일기라면 혼자 쓰는 글이니까 어떻게 쓰든 안 고쳐도 상관없어. 근데 교실에서 쓰는 글은 혼자만 보는 글이 아니라 남들에게도 보여주는 글이니까 읽는 사람이 궁금한 게 없도록 자세하고 친절하게 써주는 게 좋겠지?”
  시현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아, 이거 보자. ‘내가 수영을 마치고 아빠가 회사 일 마쳤을 때 아빠가 연지공원을 가자고 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썼잖아. 근데 왜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고 했어?”
  “우리 아빠는 평소에 가족들과 잘 안 다녀서요. 운동할 때 보통 혼자 가시거든요.”  “아, 그래서 이렇게 썼구나. 그럼 ‘아빠는 평소에 운동할 때 보통 혼자 가시기 때문이다.’를 넣으면 어떨까?”
  “네, 그게 좋겠네요.”
  시현이 글은 주제는 잘 잡았는데 급하게 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아침 시간이 20분 정도로 짧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문장이 길고 내용도 뒤죽박죽 얽혀있었다.

 

  그래서 옷 입고 저녁 9시에 나갔다. ①밖이 추워서 엄마가 “오늘 날도 추운데 두 바퀴만 돌고 가자.” 해서 돌면서 시간이 없어서 운동기구는 타지 못하고 총을 들고나가서 전봇대 맞추기를 했다. 꽤 재밌었다.

 

  여기서는 안 나왔지만 뒷부분까지 다 읽어보니 밖에 운동하러 나가면 발전기도 타고 축구도 하는데 이 날은 추워서 아무 것도 못하고 대신 총으로 전봇대 맞히기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긴 문장만 손 보고 넘어가기로 했다.
  “시현아 ①번처럼 문장이 길면 읽는 사람이 어떨까?”
  “글쎄요.”
  “문장이 길면 지루해져. 이런 글은 다른 사람이 읽는다고 했지? 그러니까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써주는 게 좋아.”
  “알았어요.”
  우리는 ①번 문장을 네 개로 끊어보았다.

 

  밖이 추웠다. 엄마가 “오늘 날도 추운데 두 바퀴만 돌고 가자.” 고 하셨다. 돌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운동기구는 타지 못했다. 그래서 총을 들고나가서 전봇대 맞추기를 했다. 

 

  짧게 끊어놓고 보니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를 자른 듯 시원한 느낌이 들고 이해도 쉽다.
  좀 더 고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아쉬웠다. 다른 아이들 글도 봐야 하니까 말이다. 시현이 글 고치기는 이쯤에서 끝냈다.

 

[덧붙임]
  시현이가 들어가고 난 뒤 ‘밖이 추웠다.’(진하게 표시한 곳)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추웠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 된다. 이럴 때는 감각을 살려 쓰는 게 좋다. 냄새(후각)나 맛(미각)으로 추위를 느끼기는 쉽지 않으니까 나머지 감각을 떠올려보았다.
  • 본  것(시각) : 숨을 쉬니 하얀 입김이 나왔다. 
  • 들은것(청각) : 찬바람이 씨이잉 불어왔다.
  • 피부로 느낀 것(촉각) : 손이 시렸다.
  시현이는 어떤 감각으로 추위를 느꼈을까? 다음에 고칠 때 물어봐야겠다.
  (시현이가 이 글 보면 답해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