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4월 6일 - 현수, 시스템다운

늙은어린왕자 2011. 4. 7. 00:16

4월 6일 수요일 맑고 포근
현수, 시스템다운

 

 

  <정보와 생활> 수업을 마칠 즈음 다음 주 공부를 미리 알려주었다. 다음 주부터 공부할 내용은 그림 다루기다. 그림이나 사진을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그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여러 가지 꾸미기를 해보는 수업이다.
  맛보기로 말풍선 넣기를 보여주려고 우리 반 누리집에 들어갔더니 희지와 현수가 함께 찍은 생일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사진을 내려 받아 그림 다루는 프로그램에 띄웠다.
  말풍선에 어떤 말을 넣을까 생각하다가 기분 좋게 웃는 현수 얼굴을 보니 언뜻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아, 희지와 사진 찍으니 기분 좋은데.’
  현수에 비해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는 희지에게는 이에 답하는 말을 넣어주었다.
  ‘이 엉큼한 놈아, 무슨 생각 해!!’
  장난스럽기는 해도 말을 넣고 보니 사진과 잘 어울렸다. 아이들은 재미있다며 웃었다. 주인공인 희지도 빙긋 웃어주었다. 그런데 이 때 사고가 생겼다.
  “선생님, 현수 넘어갔어요!”
  아이들 눈이 모두 현수에게 쏠렸다. 현수는 마치 기절한 것처럼 몸이 늘어진 채 고개가 뒤로 넘어가 있었다. 

  “현수야!”
  아무래도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안 되겠다. 현수 다운 됐어. 시스템 완전 다운이야.”
  옆에 있던 아이들은 재미있다며 웃어댔다. 현수도 입가에 쓴웃음을 살짝 지어보였다.
  현수는 얼굴만 미남인 줄 알았더니 연기도 참 잘한다는 걸 오늘 알았다. 게다가 이렇게 장난을 쳐도 말없이 받아들이는 걸 보니 마음씨도 너무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현수는 잠시 뒤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도 모두 컴퓨터 시스템을 ‘다운’시키고 교실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