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4월 26일 - 시험 대비 낱말 스피드 퀴즈

늙은어린왕자 2011. 4. 27. 00:41

 

4월 26일 화요일 비 조금
시험 대비 낱말 스피드 퀴즈

 

  황사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들었는지 체육 하러 나가자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저번 방사능비도 그렇고 오늘 황사비도 그렇고 요즘 아이들은 해로운 소식에 아주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 그래서 빈 한 시간 동안 중간고사 시험 대비도 할 겸 모둠대항 낱말 스피드퀴즈 게임을 했다.
  보여줄 낱말은 국, 수, 사, 과 네 과목에서 시험 범위 안에 들어 있는 내용 가운데 골랐다. 모두 50개를 골랐는데 국어나 수학은 별로 뽑아낼 게 없어서 대부분 사회와 과학 교과서에 있는 것들로 채웠다. 'SPEED20'이라는 프로그램은 이 50개 낱말 가운데에서 10개씩 순서 없이 뽑아서 보여준다. 시간은 60초씩 주었다.
  1모둠부터 시작했는데 처음 하는 모둠이어서 그런지 30점 밖에 못 받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 놀이는 첫 모둠이 불리하고 뒤로 갈수록 유리하다. 뒤 모둠은 앞 모둠이 하는 걸 보며 낱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1모둠의 채미, 미경이, 경은이, 경희는 낮은 점수를 보고 실망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뒤로 갈수록 점수가 나아지더니 첫 번째 게임이었는데도 90점을 받은 모둠이 나왔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대부분 첫 번째 게임 보다 점수가 나아졌다. 100점을 받는 모둠도 두 곳이나 되었다.
  낱말에 익숙해지자 설명하고 답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도청’이 답일 때 처음에는 ‘경상남도의 살림을 맡는 곳’이라고 설명하더니 두 번째 부터는 ‘도의회 말고’라고 해도 바로 ‘도청’이 튀어나왔다. ‘우데기’라는 울릉도 전통 집 설명도 ‘울릉도’ 하면 바로 ‘우데기’로 연결되더니 나중에는 ‘울’자만 듣고도 답을 말했다.
  우스꽝스런 건 설명과 답이 전혀 연결이 되지 않을 때다. 4모둠의 동협이가 낱말을 설명할 때 특히 이런 경우가 많았다. (“설명” - “정답”)
  “직각?” - “180도”
  “김해?” - “도청”
  “1억 말고?” - “1조”
  아이들은 신들린 듯이 정답을 맞혔다. 어떻게 ‘1억 말고’와 ‘1조’가 연결되었을까.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5모둠 게임에서 시현이가 ‘회초리’라는 낱말을 설명할 때는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다른 모둠에서는 설명하는 아이가 내 책상 위에 있는 지시봉을 가리키면 정답을 맞히곤 했다.
  아이들이 지시봉을 자꾸만 회초리로 둔갑시키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중간에 내가 지시봉을 옆으로 슬쩍 옮겨버렸다. 내 책상을 슬쩍 바라보던 시현이는 지시봉이 없자 조금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샘?”
  그런데 이 말이 곧 설명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회초리’를 맞혔다.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웃었다.
  다른 모둠 아이들이 재치 있게 설명하고 답을 내놓는데도 7모둠 성윤이는 바른 설명만 고집했다.
  “직각 두개는?” - “180도”
  “농업이나 어업은?” - “1차 산업”
  “무게나 질량의 단위는?” - “kg”
  이렇게 하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