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 고마운 부모님, 존경하는 부모님
5월 17일 화요일
고마운 부모님, 존경하는 부모님
쓰기 시간에 ‘웃어른께 편지쓰기’라는 공부를 했다. 5월 초에 해야 할 공부인데 그동안 여러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이제야 다루게 됐다. 하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편지쓰기를 할 때 이미 편지의 짜임도 공부했고 직접 부모님께 편지도 써서 전했기 때문에 빠진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우리는 잡지 보듯 설렁설렁 책장을 넘겨가다가 ‘편지 완성하기’라는 주제가 있는 곳에서 잠깐 손길을 멈추었다. 편지 내용은 거의 다 나와 있고 군데군데 있는 빈 칸에 마음에 드는 표현을 골라 넣는 활동이 있었다. 각 칸에 들어갈 표현은 두세 가지 문장으로 친절하게 예를 들어 놓았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표현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도록 하고 손을 들어서 아이들이 선택한 것을 확인했다.
첫 인사를 넣는 칸에는 ‘고마운 부모님께’와 ‘존경하는 부모님께’라는 문장이 예로 나와 있었는데 손을 들어보니 숫자가 비슷하게 나눠졌다. 여기서 왜 그 문장을 선택했는지 까닭을 물어보았다.
한별이는 ‘고마운 부모님께’를 선택했다고 했다. 왜 선택했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그냥요’라고 답했다가 혼잣말로 ‘말하면 안 되는데’를 몇 번 되뇌더니 이유를 말했다.
“제가 실수를 많이 해도 화를 안내서요.”
평소에 잘 덤벙대는 한별이 다운 대답이었다. 자기 단점을 알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같은 문장을 선택한 수지도 제 생각을 밝혔다.
“제가요 열이 많이 났을 때 엄마가 밤새도록 저를 간호해줘서 고마웠어요.”
아플 때 그것도 밤새 돌봐주었으니 엄마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졌을까. 엄마를 생각하는 수지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듯 했다.
이번에는 ‘존경하는 부모님께’를 선택한 아이들 말을 들어보았다. 대개 부모님한테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은 하기 쉬워도 존경한다는 말은 쉽게 꺼내기 힘들다. 아이들 생각이 궁금했다. 먼저 현수가 말했다.
“우리 아빠는 배울 게 많아서요.”
어떤 점이 배울 점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현수 말에서 아빠를 존경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이번에는 (정)현민이가 말했다.
“우리 엄마는 한 번 사준다고 약속한 건 꼭 지켜서요.”
현민이는 엄마가 컴퓨터와 여러 가지 원하는 물건을 약속대로 사 준다고 덧붙였다.
“우리 엄마는 이린이집에서 일하시잖아요. 근데 애들이 잘 울어요. 달래주면 짜증이 많이 날 텐데 엄마는 꾹 참고 아이들을 돌봐요.”
지상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과 관련된 일 대신 곁에서 지켜본 엄마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이들 말을 들어보니 모두 일리가 있었다. 선택한 까닭을 잘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할 때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이렇게 따끈따끈한 마음을 담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머지 빈 칸에 들어갈 말도 하나하나 확인해본 다음 수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