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 선생님한테 쓴 편지
5월 24일 화요일 햇살 비친 뒤 구름
선생님한테 쓴 편지
아이들이 써준 엽서를 읽어보니 어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친구들에게 편지쓰기를 마치고 난 뒤 이제 선생님께 쓰자며 대상을 담임인 나로 정했을 때 조금 실랑이(?)가 있었다.
“만난 지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무슨 말을 써요?”
“파티 많이 해준다고 약속하면 쓸게요.”
“진짜 할 말이 없어요.”
공개 투표 하는 것도 아니고 덩그러니 앞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라고 했으니 어찌 보면 거부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두 달이나 됐는데 얼마나 쓸 말이 많노. 그리고 나 진짜로 너희 편지 받고 싶다.”
엎드려 절 받는다는 말은 이 순간에 딱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말 하는 나 자신도 뻔뻔스럽게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이런 줄다리기 끝에 아이들은 엽서를 썼는데 별 내용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따뜻한 마음을 많이 담아놓았다. 편지를 써 준 모든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쓴 사람에게 허락 받지 않고 소개하는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글을 옮겨본다. 받는 사람, 끝인사, 보내는 사람은 생략했고 책상 위에 얹혀있는 순서대로 옮겼다.
선생님, 두 달 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가르쳐 주십시오. 선생님처럼 재미있고 산교육을 하는 선생님을 만나서 기쁩니다. (정성윤)
안녕하세요? 김동협입니다. 1년 동안 길러주신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착한 선생님입니다. 혼내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너무 고마우신 스승입니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김동협)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은이예요. 우리가 소풍 갔다가 돌아오면서 더워하니깐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죠? 그 땐 정말 선생님이 멋졌어요. 그 때 우리는 정말 기분이 좋고 선생님 반이 된 게 후회되지 않고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윤경은)
선생님, 저 혜민이에요. 현장학습 때 다른 반이 먼저 가고 우리반만 아이스크림 사주셨죠? 그 때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었어요. 선생님 앞으로도 맛있는거 많이 사주세요. (이혜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희지에요. 저번에 소풍 갔을 때 아이스크림을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장희지)
선생님께서는 멋지고 착한 분이신거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공부를 가르쳐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칭찬을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내년에도 이정호 선생님 반이 꼭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민지)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 제자 한별이에요. 음...딱히 쓸게 없네요. 그래도 편지 썼으니까 이제 그만 쓸게요. (장한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정이에요. 항상 저희를 가르치신다고 힘드신데 저는 매일 선생님께 장난쳐서 죄송해요. 그리고 항상 저를 위해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더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될게요. (양현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미경이에요. 저번 현장학습 때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죠? 그 때 너무 감사했어요. 다음에도 사주세요. (손미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민서예요. 장난꾸러기 키워가기 힘드시죠? 저번에 아이스크림 감사했어요. 담에 또 사주세요. (강민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이경이에요. 제가 흰 머리를 뽑아드렸을 때 선생님은 사탕을 주셨죠? 더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윤이경)
선생님 3학년 때 현장학습 때 첨 봤을 땐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고 사진을 찍을 땐 참 낭만적인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안유진)
선생님, 홈페이지에 예쁘게 찍힌 사진 올려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생일사진 등등 예쁘게 찍어주세요. (김수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채미예요. 전 선생님이 우리를 힘들게 가르치시고 즐겁게 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 그 자체가 보기 좋아요. 그래서 저의 꿈이 디자이너였다가 선생님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니 제가 실망하시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아, 그리고 수련회 때 공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손채미)
선생님 잘 지내시죠?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수민이예요. 선생님 덕분에 공부를 조금 잘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한테 너무 큰 소리 치지 마시고 영화도 조금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것을 잘 지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수민)
선생님 민경이입니다. 체육 시간 때 달리기에서 제 머리에 손 대보고 열이 조금 있다고 말씀하셨죠? 선생님이 묻고 보건실 갔다오라고 하신 덕분에 좀 괜찬아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민경)
안녕하세요? 저 경희에요. 선생님은 제가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주었어요. 그리고 파티할 때 재미있었어요. 선생님은 참 친절한 분인 것 같아요. (김경희)
안녕하세요? 2년 연속으로 같은 선생님이라서 익숙해서 그런지 왠지 우리 반이 좋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많이 가르쳐주시고 놀이도 많이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박시현)
선생님, 영화나 게임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간이배구 시켜주세요. (정현민)
안녕하세요? 저 세진이에요. 가끔 제가 실수를 많이 해서 혼나가도 하지만 저를 위해서 그런 거 같아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얘기 해주세요. (문세진)
안녕하세요? 전 임은준이에요. 놀이를 많이 시켜주셔서 감사해요. (임은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성정이에요. 말썽꾸리기 우리 반 공부시키는 거 정말 힘드시죠? 제가 만약 선생님이라면 답답할텐데. 그리고 저도 선생님처럼 착하고 좋은 선생님으로 나중에 커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최성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유진이에요. 앞으로 저를 1년 동안 가르쳐주시잖아요? 잘 부탁드려요. (김유진)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상이에요. 선생님, 저는 ○학년 때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해서 탈모까지 갔어요. 근데 선생님을 만나 이제는 머리도 안 빠지고 행복해요. 선생님 감사하고 지금처럼 재밌게 놀아주세요. (박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