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6월 1일 - 현민이의 햄스터

늙은어린왕자 2011. 6. 2. 18:57

 

6월 1일 수요일 구름 속에 햇살

현민이의 햄스터

 

  출근해서 교실로 들어섰더니 아이들이 (김)현민이 책상 주위를 둘러싸고 뭔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머리를 맞대고 이래라 저래라 하며 재잘거리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 어제 현민이가 햄스터를 가지고 와도 되냐고 해서 된다고 했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여 있던 아이들을 제자리로 보내고 현민이 자리로 가보니 햄스터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필통 안에 엎드려 있었다. 밝은 회색빛에 머리에서 꼬리까지 등줄이 있는 걸로 봐서 정글리안 같기는 한데 줄이 엷어서 언뜻 보기엔 로브로브스키 같기도 했다. (10년 전 반 아이들과 교실에서 햄스터를 길러봐서 이름을 안다.)

  그런데 햄스터 치고는 덩치도 크고 살도 많아서 아무리 봐도 필통에 넣어두기는 어려워보였다. 현민이 말로는 쳇바퀴도 잘 돌리고 직접 운동도 시켜준다고 하는데도 살이 쪘다고 한다.

  마침 교실에 A4 종이상자가 있어서 햄스터를 넣고 아이들 손이 덜 가는 TV 밑에 놓아두도록 했다. 햄스터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자꾸 만지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설득했더니 따라주었다. (김)현민 만큼 동물을 좋아하는 (정)현민이는 햄스터가 궁금한지 수시로 상자 주위를 기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현민 브라더스’ 김현민과 정현민은 모두 동물을 좋아하고 또 직접 키우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이 어학실로 간 뒤 상자를 덮어놓은 신문지를 살짝 벗겨보니 예상대로 햄스터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성질이 예민해서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눈을 뜨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녀석인데 얼마나 피곤했으면 꼼짝 않고 있을까 싶었다. 평소 때라면 조용한 집에서 자유롭게 쳇바퀴를 돌리거나 잠에 빠져 있었을 텐데 말이다.

  현민이가 가져온 햄스터를 보며 아이들을 위해서 예전처럼 교실에서 한 마리라도 키워볼까 생각은 했지만 곧 접었다. 무엇보다 교실은 시끄럽기도 하고 아이들 손을 타서 햄스터가 자랄 환경이 못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교실에서 키울 땐 이런 이유로 서로 물어 죽이는 일이 많았고 또 새끼를 못 낳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오늘은 현민이 햄스터 때문에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햄스터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빈다.

 

[덧붙임]

  오후에 학교 환경을 맡고 계시는 최화 선생님이 오셔서 부족한 청소를 부탁했습니다. 마침 교실에 있던 아이들 몇 명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복도와 화장실 앞마루까지 깨끗하게 쓸고 기름칠까지 했지요. 스스로 나서서 깨끗하게 청소해준 미경, 현정, 민서, 진하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민경이가 우산꽂이를 깨끗하게 닦고 바닥도 쓸어주었습니다. 민경이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이렇게 안 써주면 선생님을 미워하겠다며 현정이가 협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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