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6월 13일 - 거꾸로 마왕

늙은어린왕자 2011. 6. 15. 23:43

6월 13일 월요일 구름 많음
거꾸로 마왕

 
  방송조회가 끝나고 열흘 전에 했던 호국보훈 학예행사 상장이 배달되어 왔다. 글쓰기에서 한 장, 포스터에서 두 장이었다. 글쓰기에서는 민서가, 포스터에서는 성윤이와 동협이가 받았다.
  행사하는 날 그림 내용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던 성윤이한테 상을 건네며 물었다.
  “성윤아, 너는 통일 반대한다고 해놓고 결국은 휴전선을 자르는 그림을 그렸더라. 그래서 추천했지. 이제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거야?”
  “아뇨.”
  “아니라니? 그럼 통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한다는 거야?”
  “김정일을 죽여야죠.”
  성윤이의 능청스런 대답에 아이들이 술렁였다.
  “야, 니는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노?”
  “니는 통일을 왜 그렇게 반대하노?”
  미경이와 시현이가 놀란 눈으로 성윤이를 보며 따지듯 말했다.
  “성윤아, 이웃끼리 싸움이 붙었을 때 옆 집 사람이 죽어야 싸움이 끝나는 거야?”
  “아뇨.”
  “싸웠더라도 화해해서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 되지 않겠나?”
  “그거하고 통일은 다른 문제잖아요.”
  “뭐가 달라? 조금 큰 싸움인 것만 다르지 이웃끼리 싸운 거랑 똑같어. 니 말대로 하면 복수에 복수를 하는 중국 무술영화랑 뭐가 달라.”  열흘 전 실랑이는 똑같이 반복되었다. 얘가 무슨 믿음이 있어서 이러는 것도 아닐 텐데 저런 무서운 생각을 어디서 받아들였을까. 그런데 그림은 또 평화를 원하는 내용으로 그린 걸 보면 성윤이는 참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은 아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눠도 실실 웃으며 다른 사람 의견과 정 반대 주장을 하는 이 녀석은 혹시 ‘거꾸로 마왕’이 아닐까. 지난번에 시민단체를 만들 때 ‘공부를 반대하는 모임’에 아이들이 대부분 가입하겠다고 하자 홀로 ‘공부를 시키는 모임’을 만드는 걸 보면 딱 어울리는 별명인데 말이다.
  ‘거꾸로 마왕’ 노릇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는데 녀석은 아는 게 워낙 많으니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무시무시한 마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상 주고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