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 지상이 손가락 골절
6월 14일 화요일 구름 많음
지상이 손가락 골절
오후에 교실에서 일을 보려는데 아이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선생님, 지상이가 손가락 잡고 울면서 보건실로 가던데요."
손가락에 상처라도 났으려니 여기고 일을 하려는데 보건실로 갔다던 지상이가 울면서 들어왔다. 함께 온 방과 후 수학선생님은 보건실 문이 잠겨 있다며 지상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했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과 약손가락에 피멍이 시퍼렇게 잡혀있는 걸로 봐서 통증이 심한 듯 했다.
수학선생님 말로는 문을 열다가 손가락이 끼었다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우선 지상이를 주차장으로 보냈다. 나도 급히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아차!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차가 없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다시 교무실로 들어가서 차 있는 사람을 수소문 했는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이상하게도 차가 없었다. 보건 선생님은 출장 가고 없고 교무선생님은 연수가 있어서 잠시 뒤에 출발한다고 하고 다른 선생님들도 대부분 김해박물관에서 하는 연수에 갔다는 것이다. 택시라도 불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마침 옆에서 사정을 듣고 계시던 교장선생님께서 선뜻 차를 내주겠다고 하셨다. 교장선생님 차를 빌리는 게 미안해서 잠시 주저하다가 주차장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지상이를 보고는 얼른 열쇠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구산동 현대병원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며 부모님께 연락하려고 했더니 어머니는 중국으로 교육받으러 가시고 없고 아버지도 저녁이나 돼야 오신다고 했다. 아파서 정신이 없는 지상이는 아버지 전화번호도 떠올리지 못했다.
X선 사진을 살펴보던 의사선생님은 약손가락 끝마디 뼈가 반으로 갈라졌다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벌어진 틈이 선명하게 보였다. 의사선생님은 가운데 손가락도 금이 갔을 수 있다며 일단 주사 맞고 깁스부터 하자고 했다. 다행히 지상이가 아직 어려서 이 정도 골절은 4~5주 정도 뒤면 회복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조금 전까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던 지상이는 이제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응급실에 가서 깁스 하고 주사 맞고 난 뒤에는 깁스 하면 뭐가 좋으냐, 방학 때는 물에서 놀 수 있느냐며 물어보는 여유까지 되찾았다.
“선생님도 팔에 글자 써주실 거죠?”
“이제부터 왼 손으로 글 써야겠네요.”
“시험 칠 때 왼손으로 답 써서 못 알아봐도 맞다고 해주실 거예요?”
“아차, 급식소 가면 왼 손으로 밥 먹어야 되는데 어떡하죠?
약국에서, 차 타고 오면서 지상이는 쉴 새 없이 물어댔다. 평소에도 할 말이 많은 지상이가 이렇게 묻는 걸 보니 이제 거의 안정을 되찾은 듯 했다. 신음소리를 내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볼 때는 나도 조마조마했는데 여느 때처럼 쫑알쫑알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상이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집으로 간다며 발걸음도 가볍게 교문을 나섰다. 무더운 여름에 물에 들어갈 일이 많을 텐데 지상이는 아무래도 여름 방학 때나 돼야 첨벙첨벙 물에 들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