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6월 20일 - 예체능 시험

늙은어린왕자 2011. 6. 22. 00:54

6월 20일 월요일 덥덥한 날
예체능 시험

 

 

  기말고사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범위를 정하려고 쉬는 시간에 세 반 담임과 과학 전담 선생님이 모였다.
  국어, 수학은 중간고사 이후 진도부터 각각 세 단원씩 시험을 보기로 했고, 사회와 과학도 어렵지 않게 범위를 정했다. 문제는 예체능 과목이었다.
  “이런 과목을 꼭 시험 봐야 하나?”
  “저도 미치겠어요. 진도도 많이 못 나갔는데.”
  모인 선생님들은 모두 예체능 과목을 시험 본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계획에 나와 있으니 할 수 없었다. 일단 범위를 정하되 시험은 최대한 쉽게 내고, 꼭 알아야 할 이론이 있다면 수업 시간에 한 번 더 다루어서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선생님들이 가고 난 뒤 잠깐 예체능 과목을 머리에 떠올렸다. 음악, 미술, 체육, 도덕은 시험이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무얼 알거나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표현하고 실천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네 과목만으로도 아이들한테는 충분히 부담이 될 텐데 시험을 안 봐도 되는 과목까지 덤으로 짐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얘들아, 어쩌겠니? 올 해 우리의 운명인 것을. 예체능은 부담 없이 치를 수 있도록 바겐세일 팍팍 하려고 선생님들끼리 마음을 모았으니 국, 수, 사, 과 네 과목이라도 잘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