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6월 28일 - 짓궂은 발표

늙은어린왕자 2011. 6. 30. 18:23

6월 28일 화요일 구름, 비 조금
짓궂은 발표

 

  듣기말하기쓰기 시간에 6단원 배운 내용을 정리하며 주어-서술어, 주어-목적어-서술어 순으로 된 문장을 만들어 보았다. 우리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예문의 빈 칸에 알맞은 말을 넣으며 문장을 만들어나갔다. 주어와 서술어로 된 문장에 알맞은 주어를 넣는 활동이 끝나고 다음 예문을 공부할 때다.

 

  할머니께서는 (      ) 좋아하십니다.

 

  여학생들은 자신의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알맞은 목적어를 넣어서 발표했다.
  “할머니께서는 (곶감을) 좋아하십니다.”
  “할머니께서는 (손녀를) 좋아하십니다.”
  “할머니께서는 (장미꽃을) 좋아하십니다.”
  여학생들의 발표를 시샘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남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를) 좋아하십니다.”
  이 발표가 나오자 몇몇 남학생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좋아하는 게 뭐가 문제냐?”
  “에이, 이상하죠.”
  녀석들은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비실비실 웃어댔다. 이 때 현수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할머니께서는 (돈을) 좋아하십니다.”
  현수 발표에 손뼉을 치며 웃었다. 수업을 지겨워하며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던 녀석들이 좋은 먹잇감을 찾은 듯 했다.
  “또 장난친다. 또 그러면 혼낸다.”
  웃음보가 터진 아이들 귀에 내 잔소리가 들어갈 리 없었다. 이번에는 성윤이가 손을 들었다. 성윤이는 뭔가 대단한 내용을 준비한 듯 웃음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걸 억지로 참고 말했다.
  “할머니는 (젊은 남자를) 좋아하십니다.”
  교실은 완전히 웃음바다로 변했다. 나도 한 동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는 이를 뿌드득 갈면서도 말이다.
  녀석들의 짓궂은 발표는 ‘이제 수업 좀 마쳐주십쇼.’하는 소리로 들렸다. 남은 예문 하나를 마저 완성하고 수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