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 물놀이
7월 12일 화요일 맑고 구름 조금
물놀이
그림책 만들기가 생각보다 늦어져서 4교시에야 해반천으로 나갈 수 있었다. 출발한 시각이 11시 40분, 1시에 급식을 해야 하므로 늦어도 12시 40분까지는 들어와야 옷 갈아입고 급식소로 갈 수 있다. 그러려면 겨우 한 시간 정도 밖에 놀 시간이 나지 않았다. 이 시간으로는 준비한 활동 세 가지는 커녕 두 가지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았다. 준비한 활동은 물총 서바이벌, 물풍선 던지기, 과녁맞추기이다.
이미 약속한 활동을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아이들을 데리고 교문을 나섰다. 습기 머금은 뜨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물놀이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우리는 해반천 옆 소나무 숲에 자리를 잡고 먼저 물총 서바이벌 활동부터 하기로 했다. 물총 서바이벌은 두 편으로 가른 뒤 소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며 상대편을 공격하여 많이 젖게 하는 놀이다. 물은 근처 야외화장실에서 담도록 했다.
놀이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신나게 서로에게 물을 쏘고 또 맞았다. 처음에 청백으로 편을 갈라 시작했는데 구분은 잠시 뿐, 곧 남녀대결로 가더니 결국에는 아무에게나 마구 쏘기로 바뀌었다. 또 물총이 있는 아이들은 있는 대로, 없는 아이들은 없는 대로 쏘고 부으며 소나무밭을 누비고 다녔다. 4~50분이 금방 지나갔다.
다음 놀이를 하려고 아이들을 모았더니 아무도 누가 이겼는지 묻지 않았다. 물놀이는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고 물에 젖은 모두가 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학교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잠시 물 풍선 던지기를 하고 가려고 했더니 화장실 수도꼭지 물이 약해서 도저히 물을 풍선에 넣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학교 수돗가로 가서 물 풍선 놀이를 마저 했다.
물 풍선 놀이가 끝났을 땐 이미 급식 시간이었다.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물이 줄줄 흐르는 몸을 이끌고 급식소 옆문으로 들어가서 밥을 받은 뒤 수돗가 옆 스탠드에서 밥을 먹고 활동을 마쳤다.
오늘 물놀이가 아이들에게 1학기를 시원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에 쫓겨서 준비한 활동을 다 못한 아쉬움은 방학하기 전에 한 번 더 시간을 내어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임] 놀이를 하다가 수민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쉬고 있었다. 뛰어다니다가 발목이 삔 모양이었다. 뛰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려니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마치고 엄마와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많이 늘어났다며 깁스를 했다고 한다. 인대가 많이 늘어날 정도로 삐었으면 통증도 심했을 텐데 수민이는 아프다고 징징거리지도 않고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 수민이가 정말 강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깐 쉬면 낫겠지 하며 가볍게 여기고 수민이를 돌보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민아, 힘 내! 수민이는 강해서 빨리 나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