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9월 2일 - 청소할 곳 바꾸기

늙은어린왕자 2011. 9. 3. 18:00

9월 2일 금요일 하늘은 거의 맑고 무덥다
청소할 곳 바꾸기

 

  미술 시간에 2학기 동안 청소할 곳을 정했다. 먼저 1학기 때 힘든 곳을 청소한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말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1학기 때 힘든 곳을 맡은 아이는 2학기 때 편한(?) 곳을 맡긴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먼저 3~4층 계단을 맡았던 은준이에게 기회를 주었다.
  “계단은 너무 넓어서 청소하기 힘들었어요.”
  곧 반론이 나왔다. 화장실 앞 골마루를 맡은 지상이였다.
  “화장실 앞이 더 넓어. 컴퓨터실 앞까지 얼마나 할 게 많은데.”
  “그래. 화장실 앞은 넓고 또 아이들이 물을 많이 흘려서 얼마나 청소하기 힘들다고.”
  지상이와 함께 화장실 앞을 청소하는 현수가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계단을 맡은 유진이가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계단은 세 명이 하기엔 너무 넓어요. 세 명으로는 부족해요.”
  “아이다. 우리가 더 넓다.”
  유진이 말에 현수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소리쳤다.
  “알겠다. 자꾸 그러네.”
  미경이가 현수를 보고 떼쓰지 말라는 투로 말하자 현수가 찡그린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민서가 말했다. 민서는 은준이, 유진이와 함께 계단을 맡았다.  
  “계단에는 (미끄럼 방지용) 고무가 있어서 쓸기가 어렵고 쓰레기가 잘 끼어요. 그리고 애들이 들어오다가 신발을 털어서 쓰레기도 많고요.”
  민서 이야기가 알기 쉽게 들렸다. 넓이로 따지면 화장실 앞이 조금 더 넓었다. 하지만 계단은 층층이 따로 쓸어야 해서 평평한 화장실 앞 보다 청소하기가 힘든 곳이다. 민서 말대로 끼이는 것이 많아서 손이 많이 가는 곳이다.
  다른 아이들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종합해보니 계단을 청소한 아이들이 가장 어렵게 청소한 것 같았다. 이들에게 장소를 먼저 선택할 권리를 주었다.
  장소를 정하기 전에 1학기 청소점검표를 보며 세 번 이상 안 한 아이들을 따로 골라냈다. 열 명 가까이 되었다. 이들은 마지막에 장소를 선택하도록 했다.
  계단과 맞붙어서 시비를 벌였던 아이들 세 명은 놀랍게도 모두 계단을 택했다. 왜 하필이면 가장 어려운 곳을 택했을까. 냄새나고 물 튀는 화장실 앞 보다 계단이 낫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계단 쪽 아이들을 공격했던 게 마음에 걸렸을까. 어떤 까닭이건 아이들이 싫어하는 곳을 선택해주어서 일이 쉽게 풀렸다.
  “남들이 가장 꺼려하는 곳을 시원하게 선택해준 지상이, 현수, 세진이 너희들이 진정한 싸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