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 민경이 빼앗기
9월 3일 토요일 일본으로 가는 태풍 영향으로 구름과 바람이 많다.
민경이 빼앗기
출근해서 복도를 걸어가는데 경희가 쪼르르 달려왔다.
“선생님, 진하랑 민지가 민경이 뺐어갔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애가 물건도 아니고.”
경희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
“수지하고 저하고 민경이하고 놀고 있는데 쟤들이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민경이를 뺐어갔어요.”
교실 앞에는 진하와 민지가 내 눈치를 보며 서 있었다. 다가가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학교올 때 민경이하고 같이 놀기로 했거든요. 근데 쟤들이 먼저 민경이를 데리고 갔어요. 그래서…‥.”
진하는 되레 자기들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경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양쪽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이들을 자리로 들여보내고 민경이만 따로 불렀다. 민경이는 마치 자기가 죄 지은 아이마냥 수줍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제가요 자꾸 양보해주고 착해 보이니깐 애들이 친절하게 대하는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싸움이 일어났어요. 저는 가운데에 있고요.”
민경이가 자리에 앉아 있는 민지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민지가요 저한테 최면도 걸었어요.”
“최면이라니?”
“제가요 자기하고 놀아달라고 손가락으로 머리에 빙빙 돌리며 걸었어요.”
민경이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피식 웃음이 일어났다. 민지에게 물어보니 사실이라고 했다.
“저는 어느 쪽으로 가야할 지 모르겠어요.”
민경이는 배꼽 위에 모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정을 모두 알아본 뒤 아이들 네 명을 모두 불렀다. 아이들은 내 입에서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 경계하는 표정으로 나왔다.
“너희들 민경이가 말 잘 들어주고 만만하니까 데리고 놀려고 하는 거지?”
“네. 맞아요.”
“귀엽잖아요.”
핵심을 콕 찌르는 물음에 민지와 진하가 솔직히 대답했다. 그러나 경희는 생각이 달랐다.
“친하니까 그러죠.”
경희는 민경이를 빼앗긴 불만이 아직 남아있었다.
“내가 보기엔 민경이를 사이에 두고 애정 싸움 벌이는 것 같은데 따로 놀지 말고 다 같이 놀면 안 되겠니?”
아이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
“안 돼요.”
“우리가 먼저 놀려고 했단 말이에요.”
“얘들이 말도 안 하고 뺐어간단 말이에요.”
이럴 수가! 내 제안이 잘못된 걸까? 허무하게도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이 싸움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니, 착하고 순수한 민경이가 성깔 있고 못된 아이가 되기 전에는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