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9월 9일 - 야외체험학습

늙은어린왕자 2011. 9. 13. 16:48

9월 9일 금요일 구름 속 때때로 햇볕
야외 체험 학습

 

  5일 동안의 추석 연휴를 앞둔 오늘은 아이들 마음이 조금 들떠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날 수업을 빡빡하게 하면 아이들한테 원망듣기 딱 좋고 나도 힘이 빠진다.
  궁리 끝에 3, 4교시 미술 감상 수업을 박물관에서 하기로 했다. 또 돌아오는 길에 오늘 개통한 경전철 무료시승도 해보기로 했다. 계획을 말했더니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교실 밖으로만 벗어나면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이들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교감선생님께 결재를 받고 교문을 나섰다.
  가야누리 특별전시실에서는 창녕 말흘리 유적에서 출토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12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땅 속에 잠들어 있던 불교미술품들이 아이들을 반가이 맞았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유물을 둘러보았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학습장에 기록하기도 하고 모형 유물을 손으로 두드려보기도 했다. 끝에는 인상 깊은 유물을 한 가지씩 말하는 시간도 가졌다. 몇몇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나한테 혼난 것만 빼면 훌륭한 미술 감상 시간이었다.
  박물관을 나선 우리는 해반천을 따라 곧장 경전철 연지공원역으로 갔다. 때마침 햇살이 나와서 걸어가는데 조금 더웠지만 아이들은 잘 따라왔다.
  “지갑 풀어서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사세요.”
  “뒷고기 집에서 고기나 한 점 하고 가지요.”
  내 엉덩이를 졸졸졸 따라오며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개구쟁이들도 역에 도착하자 입을 다물었다. 아이들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 타러 온 것처럼 즐거워하였다.
  우리가 탄 두량짜리 열차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박물관역으로 향했다. 개통 첫날이자 무료 시승이어서 그런지 경전철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비록 한 정거장 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아이들과 나 모두 좋은 체험을 한 기분으로 학교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