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 따뜻한 가족 이야기
9월 21일 수요일 구름 속 햇살 가끔
따뜻한 가족 이야기
이제 겪은 일 쓰기도 아이들한테 많이 적응된 듯하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글감을 잘 골라낸다. 아침에 쓴 글을 훑어보니 재미가 쏠쏠한 것이 여럿 있다. 여러 글 가운데 식구들과 있었던 이야기 몇 편이 마음에 남는다.
책
박지상
아침에 밥 먹으면서 책을 보았다. 그걸 보다 엄마가 한 마디 했다.
“그냥 책이랑 살아라.”
그러자 나도 맞받아쳤다.
“나도 그게 소원이다.”
엄마는 피식 웃었다.
나는 정말 책에 들어가고 싶다.
22세기에는 그런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하루 종일 책에서 놀 것이다.
엄마와 아들의 대화 속에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글이다. 아침에 밥 먹을 때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났던 일을 썼는데도 느낌은 길게 살아 있다. 한 일을 이것저것 많이 늘어놓는다고 좋은 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 글이 잘 보여준다.
부탁
안유진
어제 저녁에 내가 숙제를 다 하고 엄마한테 가까운 곳에 산책을 가자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어디? 날도 어두웠는데 어디로 가게? 춥잖아.”
그러셨다. 그래도 난
“엄마아아~ 가아아~자아~ 응?”
했는데도 엄마는 싫다고 했다.
나는 엄마랑 둘이서 얘기도 하고 싶고 같이 있을 시간이 없어서 그런 제안을 했지만 엄마는 싫다고 했다. 나중에 잘 봐서 또 산책가자고 해야겠다.
이번에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엄마랑 함께 있고 싶은 유진이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글이다. 이 글도 잠깐 있었던 일을 썼지만 느낌이 있는 좋은 글이 되었다. 실망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보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엄마표 웨이브
손채미
어제 저녁에 내가 문제를 풀고 있을 때 엄마가 와서
“채미야, 엄마가 머리에 웨이브 넣어줄까?”
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네.”
라고 대답하였다.
머리끝에만 살짝 웨이브를 넣는 거라서 조금만 걸릴 것 같았는데 10분 정도나 걸렸다. 내가
“엄마 예뻐요?”
라고 말하니
“엄청 이뻐.”
라고 말하셨다. 나는 엄마가 해주셔서 그런지 기분이 너무 좋고 신이 났다. 그 땐 이제부터 엄마보고 해달라고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일 학교 가면 부끄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 내일 되면 다 풀리지 않을까요?”
라고 물어보자
“풀리겠지.”
라고 하셨다. 나는 풀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도 글로 쓰지 않으면 모든 일은 일상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채미는 일상 속의 한 장면을 잘 잡아 썼다. 그래서 훌륭한 글이 되어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제목도 내용에 맞게 잘 썼다.
동생 생일 선물
최성정
어제 이모가 다섯 살짜리 우리 동생한테 비타민을 선물로 보냈다. 택배 상자 안에는 동생이 좋아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기차’를 보내고 그 바로 옆에는 비타민이 있었다.
“아마도 생일 선물로 보낸 것 같은데?”
엄마가 말했다.
‘칫, 내 생일 때는 아무 것도 보내주지 않았는데.’
약간 성원이가 부러웠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친척들은 막내만 좋아하는 걸까. 그것이 궁금했다.
“누나, 좋겠지?”
성원이가 아주 불량스럽게 말했다.
“성원아, 그런 거는 다 같이 나눠 먹는 거야.”
엄마가 우리에게도 하나씩 나눠주어서 먹었다.
성정이는 어린 남동생에게 온 생일선물을 앞에 두고 있었던 일을 썼다. 역시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식구들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는 글이다. 성정이가 동생에게 약간 질투심을 느끼는 마음도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