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 마법 걸린 수업 시간
10월 6일 목요일 구름 조금
마법 걸린 수업 시간
3교시 수학 시간, 우리 교실은 신기한 마법에 휩싸였다. 아이들 모두가 한 시간 내내 조용하고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한 것이다. 만화책을 보거나 딴 짓을 하는 아이도 없고 여기저기서 들리던 이야기소리도 없고 다른 아이들이 발표할 때 끼어드는 아이도 없고, 내가 말할 때 느닷없이 질문을 하거나 생각을 늘어놓는 아이도 없었다. 하여튼 내가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죄다 사라져버렸다.
반대로 좋게 생각하는 건 모두 나타났다. 차례차례 발표하고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귀 기울여 들어주고 눈빛은 똘망똘망하였다.
덕분에 나는 책상을 탁탁 칠 필요가 없었고 입 다물고 이리 봐라, 끼어들지 마라, 발언권 없이 말하지 마라는 잔소리도 전혀 하지 않았다. 거칠었던 내 목소리는 차분하고 우아하고 부드럽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이런 변화를 몰고 온 악동 삼형제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그들은 마치 말 못하는 마법에 걸린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수업에만 집중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던 녀석들이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 교실을 들었다 놓았다 하지 않았는가? 아이들은 녀석들의 변화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왜 말이 없는데?”
“이야기 좀 해라.”
이상하게 생각한 아이들이 옆에서 부추겨도 눈웃음만 칠 뿐 녀석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오즈의 마법사라도 다녀간 것일까?
“선생님, 쟤들 왜 저래요?”
“도대체 연구실로 데려가서 뭐 했어요?”
아이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뭐 하긴. 아주 따뜻한 분위기에서 사랑스런 말이 오갔지. 그것뿐이야.”
“에이 거짓말!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세요.”
“진짜라니까.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어. 부드러운 웃음, 감미로운 눈빛 속에 사랑의 대화를 나눴지.”
아이들은 내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악동 삼형제를 보며 웃었다. 악동들은 뭔가 반박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실룩이면서도 말은 하지 못했다. 마법에 걸린 게 확실했다. 오즈의 마법사가 마법을 건 게 아니라면 악동들 스스로가 레미 삼형제로 변신한 게 틀림없었다.
나는 마법에 걸린 아이들을 보며 약효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아마 다른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아니, 분명히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마법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덧붙임 : 악동 삼형제라고 써놓으니 듣는 사람은 조금 기분이 나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 악동들은 보통 악동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다른 악동들은 개구쟁이 짓만 골라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우리 반 악동들은 그런 짓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녀석들은 주로 수업 시간에 활동 합니다. 내 말이나 아이들 발표에 토 달기, 덧붙여 이야기하기, 궁금한 생각을 참지 않고 물어보기 같은 것들입니다. 근데 이런 활동을 시도 때도 없이 하니 문제가 되지요. 다른 아이들이 차분하게 수업하는 데 피해를 많이 줍니다. 녀석들 말에 휘둘리다 보면 수업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요.
정리하면 수업에 너무 열심히 참여해서 문제가 되는 아이들, 이런 뜻에서 악동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나쁜 아이들로 오해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