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 축구광 수민이
10월 10일 월요일 엷은 구름 조금
축구광 수민이
출근하고 멍 하니 자리에 앉아있는데 수민이가 다가왔다. 녀석은 잠시 기웃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샘! 내일 새벽에 축구해요.”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난데없이 새벽에 축구를 한다니 말이다. 멍 하던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무슨 말이야?”
“UAE 미국이랑요.”
녀석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를 USA(미국)으로 착각한 게 틀림없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말야?”
“아, 네.”
“흠. 그래?”
나한테는 쓸 만하지 않았지만 아끼는(?) 정보를 알려준 수민이를 위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신이 난 녀석은 또 다른 정보를 들고 나왔다.
“인터넷에서 ‘4초골’ 쳐보세요.”
녀석은 ‘선생님도 보면 놀랄 거예요.’ 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네. 러시아 축군데요. 4초 만에 골이 들어갔어요.”
역시 별로 솔깃하지 않은 정보였는데 그래도 이건 살짝 의심이 생겼다. 4초 만에 골이 들어간다고? 말도 안 돼. 10초는 됐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Daum에서 시키는 대로 쳤더니 정말 동영상이 줄줄 떴다. 그 가운데 녀석이 가리키는 영상을 재생시켰더니 진짜로 4초 만에 골이 들어갔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상대편 골문을 향해 찬 공이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것이다.
“우와!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그러니까요.”
내가 놀라워하는 걸 보고 녀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벌여놓은 물건을 떨이하고 환하게 웃는 시장 상인처럼 말이다.
“근데 이런 거 어떻게 알아?”
“검색해봐요. 순위도 알아보고요.”
“프리미어리그 같은 것도?”
“네.”
과연 축구광 수민이다웠다. 이래서 축구 하면 수민이, 수민이 하면 축구로 통하고 또 충분히 자격이 있었다.
어쨌든 열심히 찾은 정보를 아낌없이 내게 전해준 수민이가 고마웠다. 덕분에 월요병에 걸려 멍하던 내 머리도 새 바람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