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10월 20일 - 수학범칙금

늙은어린왕자 2011. 10. 24. 15:43

10월 20일 목요일 가끔 구름
수학 범칙금

 

 

 

  3교시 수학 시간, 교과서 공부를 다 하고 익힘책을 풀 때다. 오늘 풀 분량은 58쪽에서 59쪽까지다. 그런데 내 책상 바로 앞에 앉은 시현이는 벌써 60쪽을 풀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시현이는 속도위반이야. 벌금 3만원!”
  시현이는 그런 법이 어디 있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 때 여기저기서 신고가 들어왔다.
  “선생님, 이경이는 더 많이 풀었는데요.”
  “수민이도요.”
  자세히 알아보니 이경이는 77쪽, 수민이는 79쪽을 풀고 있었다.
  “어디 보자. 1쪽에 1km라면 이경이는 18km 과속이니까 벌금 3만원, 수민이는 20km 과속이니까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이야.”
  교통법규에는 속도가 20km/h 이내 과속이면 벌금만 3만원, 20km/h 이상 40km/h 미만이면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 40km/h를 넘어서면 벌금 9만원에 벌점 30점이다. 그리고 벌점이 45점을 넘어서면 1점당 하루씩, 45일간 면허정지가 되어 차를 운전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이 점을 설명했더니 무척 재미있어했다.
  “면허정지가 되면 책을 뺐을 거예요?”
  “그럼. 당분간 수학 문제를 풀 수 없겠지.”
  “우와, 재밌겠다.”
  아이들과 나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벌금을 내게 되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교통 범칙금 대신 수학 범칙금이라고 불러야 하나?
  “전 면허증 없어져도 돼요.”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날 즈음,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한별이가 뜬금없이 말했다.
  “왜?”
  “차 없으면 경전철 타면 되니까요.”
  “……”
  상상나라 사람들은 엉뚱 나라에서 온 한별이 말에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