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 용궁사와 기독교
10월 28일 금요일 맑음
용궁사와 기독교
국립수산과학관 견학을 마친 우리는 점심을 먹고 두 번째 현장학습 장소인 용궁사로 갔다. 용궁사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특히 중국 사람들로 보이는 단체 관광객 수십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유명관광지라는 말이 실감 났다.
상점골목을 지나 담벼락 아래에 한 줄로 선 십이지신상을 지날 때였다. 몇몇 아이들이 갑자기 거부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용궁사 안에 안 가면 안 돼요?”
“우리 엄마가 절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까닭을 물었더니 기독교를 믿어서라고 했다. 한 아이는 한사코 들어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억지로 끌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당황스러웠다.
“지금 우리가 절에 부처님 믿으러 가는 게 아니잖아. 바닷가에 특이하게 서 있는 절을 보러 가는 거지.”
이렇게 설득했더니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절에서 아이들은 담벼락 아래로 들어오는 바닷물 구경하랴, 방만한 황금돼지 구경하랴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아이들 80명까지 몰려들어서 절 경내도 사람들의 바다로 변한 느낌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가 황금돼지 뒤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또 가슴이 덜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기독교 믿는데 절 냄새 구리네.”
옆 반 아이였다.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나았다. 일단 들어왔으니 나가자고 하긴 쉬울 것 같아서다. 그 아이는 그렇게 말을 툭 던져놓고는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오늘 현장학습 장소로 택한 용궁사는 경치 좋은 바닷가 갯바위 위에 우뚝 서 있는데다 바닷물이 절 기둥 아래까지 들어오는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또 수산과학관과 40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대개 두 곳을 묶어서 현장학습을 가곤 한다. 무슨 종교를 믿게 하고 싶어서 정한 장소는 절대 아니다. 기독교를 믿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