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11월 5일 - 별난 하루

늙은어린왕자 2011. 11. 12. 11:00

11월 5일 토요일 텁텁하다.
별난 하루

 

  하루 동안 사고가 세 건 잇달아 일어났다. 생일잔치를 못할 뻔한 사고, 교실 유리창이 부서진 사고, 한 남학생과 한 여학생의 다툼이 그것이다.
  첫 번째 사고는 내가 냈다. 11월 첫 토요일을 맞아 우리는 1, 2교시에 생일잔치와 교실놀이를 하고 3, 4교시에 계발활동을 한 뒤 마치려고 했다. 그런데 아침 시간에 교무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1, 2교시에 김해문인협회에서 사람들이 나와 ‘찾아가는 백일장’ 행사를 연다는 것이다. 만약 어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생일잔치를 연기했을 텐데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당황스러웠다. 교무선생님이 거짓말 할 까닭은 없고 또 지난 월요일 회의 시간에 말 했다고 하니 내가 못 들은 게 분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원망의 화살을 마구 쏘아댔다. 어쩔 수 없이 절충안을 냈다. 문인협회에서 사람이 온다니까 일단 1, 2교시에는 백일장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3교시에 생일잔치를 하고 계발활동에는 한 시간 늦게 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겨우 생일잔치를 마쳤다.
  두 번째 사고는 현수가 주인공이다. 현수 말로는 아침에 성윤이가 바람 빠진 축구공을 가져와서 500원에 판다고 했단다. 경록이와 현수가 이 소리를 듣고 테스트 해보겠다며 발로 공을 몇 번 찼는데 현수가 찬 공이 창문으로 날아가서 유리가 깨졌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유리는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까지 완전히 금이 갔다. 와장창 안 깨진 게 천만 다행이었다.
  행정실에 유리를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수업 시간 외에 깨진 유리는 깬 사람이 변상해야 한다고 했다. 현수한테 이 내용을 알려주었다. 자세한 가격은 유리점에서 사람을 불러 알아보기로 했다.
  세 번째 사고는 아주 잠깐 사이에 일어났다. 내가 옆 반에 조사할 내용이 있어서 잠시 나간 뒤 시현이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이다. 그러자 오늘 하루 봉사위원인 미경이가 조용히 하라고 했단다. 이 말을 들은 시현이가 미경이 보고 “그렇게 말하는 니가 더 시끄럽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은 미경이가 시현이에게 다가가 책상을 툭 찼는데 그만 책상이 넘어졌다고 한다. 시현이는 책상이 넘어지는 걸 보고 발끈해서 그만 미경이를 때렸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가자 미경이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고 시현이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잠깐 뜸을 들인 뒤 둘은 서로에게 잘못한 점을 사과하고 풀었다. 시현이에게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사람 몸에 손대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오늘은 짧은 토요일이었는데도 일이 많았다. 우리 반을 알릴 때 즐겨 쓰는 ‘별난 아이들 별난 선생님’이라는 표현에서 ‘별난’은 원래 ‘별에서 태어난’이라는 뜻인데 오늘은 말 그대로 ‘별난’이란 뜻이 되었다. 그래서 별난 아이들, 별난 선생님이 만든 별난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