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 학예회 맞이
11월 14일 월요일 아침 기온 8도로 맑고 쌀쌀하다.
학예회 맞이
#장면 1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엘리베이트에서 같은 라인에 사는 한 아주머니를 만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학교 바쁘지요?”
그 분은 내가 학교 교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슨 말로 답할까 생각하다가 학예회를 떠올렸다.
“아, 예. 요즘 학예회 준비하느라 조금 바쁘네예.”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제발 그런 행사 좀 안 하면 얼마나 좋을까예. 아이들도 힘들고 선생님들도 힘 드는데 뭐할라꼬 자꾸 하는가 모르겠네예.”
“그러게요. 운동회나 학예회 같은 행사를 요즘 학부모들은 안 좋아하시던데 말입니다.”
“맞아예. 요즘 엄마들 솔직히 그런 행사 안 좋아합니다.”
이 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서 대화는 여기서 멈췄다.
#장면 2
오전에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반은 왜 학예회 연습 많이 안 해요?”
“맞아요. 다른 반은 하루 종일 연습한단 말이에요.”
둘째 시간에 국어 수업을 시작 하려는데 아이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안 그래도 연습할거야. 3교시 까지 수업 하고 넷째 시간, 다섯 째 시간에 하자. 무작정 학예회 연습만 하면 기말고사 때까지 진도 못 맞춰.”
“안 돼요. 지금부터 해요.”
“잘못되면 선생님이 책임지세요.”
아이들은 조바심을 내며 나를 몰아붙였다.
학예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온 학교가 학예회 연습으로 어수선하다. 악기 소리와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전시 작품들이 넘쳐난다. 만나는 사람마다 학예회가 주요 이야깃거리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출근길에 만난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들은 학예회를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오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담을 느끼고 잘 해보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나로서는 사실 이런 행사가 부담스럽다. 부모님들이 행사를 반기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학교에 오시면 내 아이가 잘 하는지,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지도했는지를 살피기 때문이다. 또 교과 진도를 챙기면서도 학예회 준비를 성의 없이 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손을 떠났다. 열심히 준비해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남은 닷새가 참 바쁘겠다.